한국과 영국이 방위산업분야 차관회담을 열고 양국간 협력 등을 논의했다. 특히 대한민국 최초의 초음속 국산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사업에 영국이 협력의사를 밝혔고, 우리측은 1조원대 규모로 영국의 차세대 자주포사업에 대한 공동개발을 제안해 향후 상호 방산빅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판보로 국제에어쇼(FIA) 현장에서 제레미 퀸 영국 국방부 획득차관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국방부는 20일 밝혔다. 두 차관은 지난 6월 한·영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보다 긴밀한 협력을 위한 양자 프레임워크’를 구체화하기 위해 방산 및 국방과학기술 분야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신 차관은 고도화 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 구축방향을 설명했다. 퀸 차관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 및 방산협력을 포함한 양국간 다양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데 깊이 공감했다. 런 차원에서 두 차관은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영국의 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간 공동연구, 정보교환 등 협력을 가속화해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신 차관은 영국 육군 차기 자주포 교체사업에 참여 예정인 세계적으로 성능과 신뢰성을 인정받은 K9 자주포에 대한 영국 측의 관심을 당부했다. 퀸 차관은 K9 자주포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고 최초 시험비행에 성공한 KF-21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신 차관은 “이번 영국 방문을 통해 양국 간의 우호관계를 재확인함과 동시에 양국 정상 간 체결한 ‘보다 긴밀한 협력을 위한 양자 프레임워크’를 국방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행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 간 국방 및 방산 분야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 차관은 이날 양자 회담 후 현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당일 회담의 의미 등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 영국이 AS90 자주포를 대체하는 차세대 자주포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게 (사업 규모가) 약 1조원 가량 된다”고 전했다. 그는 “한화 K9 자주포가 (영국 차세대 자주포 사업의) 후보 중 하나인 상황이기 때문에 한영간 방산협력의 프레임을 먼저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신 차관은 무기 개발사업에서 양국이 공동 참여해 연대를 만들어 양국의 획득사업에 참여하는 협력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DD와 DSTL간 협력 활성화 방향에 대해선 “현실적인 사업으로는 AS90 자주포 대체사업을 타깃(목표, target)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차관은 앞서 지난 18일 영국 런던에서 애너벨 골디 국방부 국무차관과 제1차 한·영 국방전략대화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는 양국이 기존에 실시했던 국장급 국방정책실무회의를 차관급 정례협의채널로 격상해 이번에 처음 연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신 차관은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한 영국 측 지지를 요청했다. 골디 차관은 영국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골디 차관은 영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관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역내 전략적 파트너 국가인 한국과의 국방협력 강화를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신 차관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양국 협력의 잠재력이 크다고 호응했다.
신 차관과 골디 차관은 양국 국방부 및 각 군 간 양자 정례 협의체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안보대화 등 다자 차원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양국간 국방부 국방공무원 간 교환 근무, 대북제재 이행 감시 등에서 협력 강화를 검토하자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두 차관은 연합훈련, 교육 교류 등 기존 협력 분야뿐 아니라 사이버·우주·테러 등 신흥안보 분야에서 양국 간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판버러(영국)=국방부 공동취재단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