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쏘카가 드디어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쏘카는 4~5일 양일간 수요예측을 거쳐 10~11일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데요. 455만 주 전체가 신주로 발행됩니다. 이번 SML에서는 금리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상장을 강행하게 된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에 대해 낱낱이 살펴보려 합니다.
쏘카 제시한 공모가 3만4000~4만5000원…근거는?
쏘카는 당초 수요예측은 1일로 예정했습니다. 하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한 2분기 실적을 반영하기 위해 4~5일로 일정을 미뤘습니다. 상장 일정이 겹친 WCP와 맞대결을 피하겠다는 의도도 있었죠.
그래도 상장을 진행하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대단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증시가 7월 반등 하긴 했지만 하반기에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몸값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장 계획을 중단하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지난 2일에는 CJ 올리브영이 “현지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주주 의견이 있었다”며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고, SK쉴더스, 현대오일뱅크, 원스토어도 상장을 철회한 바 있죠.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한다’는 쏘카의 자신감은 살펴볼 만합니다.
하지만 공모가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 쏘카가 희망하는 공모가는 3만4000~4만5000원 수준인데요. 이 경우 시가총액은 1조 1436억~1조5136억 원 수준이 됩니다. 렌탈업계 1위인 롯데렌탈의 시가총액 1조4562억원 보다도 높은 수준이죠. 수요예측을 하고 나면 기업이 원하는 것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가 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수요 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했을 때죠. 만약 기관들이 쏘카 몸값을 1조 원 밑으로 써낼 경우에는 상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쏘카는 이번 공모가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EV/sales) 평가 방식으로 산출했는데요. 이 부분도 논란이 없지 않았습니다.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 평가방식은 비교기업을 선정한 후 기업가치가 매출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보통 주가수익비율(PER), 이익규모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산출하죠. 하지만 쏘카는 아직 적자 상태기 때문에 전자의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비교기업군이 눈여겨볼 만합니다. 쏘카는 우버, 리프트, 그랩 등 9개의 해외 기업을 포함한 10개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에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포함돼 있지만 정작 가장 사업 내용이 비슷해보이는 롯데렌탈은 빠져있습니다. 유사성이 가장 높은 기업을 빼고 몸값을 높이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IPO 공들이는 쏘카…"롯데렌탈과 다르다"
하지만 쏘카는 공모가에 대해 자신 있다는 입장입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지난 3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모빌리티 기업 대다수가 두자릿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쏘카는 이미 수익구간에 접어들었다”며 “최근 3년간 쏘카는 22% 성장했지만 우버는 18%, 리프트는 15%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동종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주장이죠. 롯데렌탈을 비교기업군에서 제외한 데 대해서는"렌터카는 중고차 매각으로 영업이익을 내지만 쏘카는 차량 운영이익이 더 크다"며 사업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렌털업계 1위인 롯데렌탈이 쏘카에 투자한 건 렌터카와의 차별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대신 쏘카는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설 만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쏘카는 구주매출, 즉 기존 주주가 파는 주식 없이 455만 주 전체를 모두 새 주식을 발행해 기업 공개에 나설 계획입니다. 구주 매출이 있으면 아무래도 상장 직후 팔리는 주식이 늘어나 주가가 하락할 수 있거든요.
나아가 할인율도 높죠. 이번 공모가 산정에서는 할인율이 31.1~48%가 적용됐는데요. 최근 5년간 코스피 기업 할인율 22.03~35.03% 수준임을 고려하면 할인율이 무척 큽니다. 공모가를 낮추면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이 세지만, 이렇게 큰 할인율을 적용해서라도 성공적으로 IPO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기존주주들의 의무 보유 기간도 6개월~1년으로 잡은 것도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환영할 만한 소식입니다.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의견도 있지만 쏘카 입장에서는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할 만 합니다.
공모가가 뭣이 중한디…핵심은 ‘상장 후’
사실 공모가는 상장 직후 일주일 가량만 중요하죠. 따상이냐, 따따상이냐…이건 모두 단기적 이슈입니다. 정작 쏘카에 투자할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쏘카의 추후 성장입니다. 쏘카가 상장 후에도 잘 할까요? 쏘카는 이미 12년이나 된 ‘카셰어링(차량공유)’ 업체인데요. 누적회원 수 750만 명이 전국 11개 도시에서 1만9000대의 쏘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12%에 달한다고 성장 속도가 빠르긴 하네요.
사람들은 사실 “카셰어링, 그게 뭔데? 렌탈이잖아?”라고 말하긴 해요. 하지만 이 시장에서 쏘카의 점유율은 80%에 달합니다. 쏘카 이외의 렌탈과 쏘카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편리함이겠죠? 앱을 통해 차량을 공유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카카오택시처럼 운전자가 포함된 차량을 이용하는 방식과 시간 단위로 차량을 빌려 사용자가 직접 운전하는 방식으로 구분되는데요. 후자가 카셰어링입니다. 여기서 카셰어링은 다시 1)먼저 렌탈을 한 후 정해진 장소에 돌아가 차량을 반납하는 방식과 2)아무 곳에서 주차를 하고 떠나는 방식으로 나눠지는데요. 후자가 바로 쏘카의 방식입니다. 이용자가 운전면허증 및 결제 카드를 등록해서 회원가입을 하고 앱에서 대여시간과 쏘카존을 선택해 차를 예약하면 결제카드를 통해 차량 대여 요금이 결제됩니다. 이후 예약한 시간에 맞춰 차량을 이용하고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이 모든 게 가능합니다. 비용도 탄 만큼 후불로 내고요. 이런 편리함 때문에 쏘카는 자신의 사업을 국내 렌탈기업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비교기업군에 롯데렌탈이 없는 이유기도 하죠. 이런 편리함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쏘카는 지난 해 2849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성장주로서 미래도 나쁘진 않습니다. 이 카셰어링 시장은 북미, 유럽, 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기업이 성장하고 있거든요. 2017년에는 시장 규모가 83억 달러였는데 2019년에는 96억 달러로 성장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시장 규모가 2017년 5000억 원이었지만 2021년에는 7500억원으로 커졌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시장이 2026년까지 연평균 6% 이상 증가해 1조원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정부에서도 장려하는 만큼 당분간은 나쁜 이슈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두고봐야겠죠.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는 예상에 불과하니까요. 최근 글로벌 금리인상은 쏘카와 같은 성장주에 불리한 요인입니다. 통화 긴축이 이어지면 성장주 거품이 꺼질 수도 있겠죠. 그래서 주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당장의 실적’입니다. 상장 후 쏘카의 성장 스토리를 한 번 기대해 봅니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할 주요 뉴스를 짚어주는 서지혜의 SML은 채널 ‘어썸머니’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라이브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송을 놓친 분들은 기사 뒤 첨부되는 영상을 확인해주세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