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위스키 브랜드 '윈저' 매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핵심 투자자였던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아이(WI(073570))가 윈저 인수에서 발을 뺐기 때문이다. 투자자 구성과 윈저 인수를 주도해온 베이사이드PE는 컨소시엄을 재편해 이달까지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중 금리 급등 속에 자금 조달이 만만치 않아 윈저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일 WI는 80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WI는 CB 발행으로 마련된 자금을 약 2000억 원에 이뤄질 윈저 인수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앞서 윈저의 모기업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 사업권과 브랜드 매각을 위해 인적 분할을 마친 상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영국 디아지오그룹의 한국 법인으로 국내에서 윈저를 제조·판매하는 것 뿐아니라 조니워커 위스키와 기네스 흑맥주 등을 수입·판매하고 있다.
윈저 인수의 주체인 베이사이드 PE와 메티스 PE 등 2개 사모펀드가 12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지만 WI가 발을 빼자 인수 자금 확보는 난항이 예상된다. 베이사이드 PE는 후순위 투자로 500억 원의 윈저 인수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하는 한편 하나은행의 인수 금융(대출)으로 700억 원을 조달하려 했다.
최근 인수금융 금리가 치솟고 이에 따라 사모펀드 투자자의 내부수익률(IRR)도 급락하면서 딜(Deal) 구조를 크게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윈저 지분을 담보로 잡고 WI의 CB 인수에 나섰던 투자자들도 이같은 투자 환경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WI의 시가총액이 800억 원에 불과한데 800억 규모의 CB 발행 역시 무리였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렸다. 800억 원 어치 CB를 발행하면 당장 WI의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베이사이드 PE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WI 대신 다른 상장사를 끌어들여 윈저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수금융 금리 급등으로 프로젝트펀드 결성에 제동이 걸린 것도 새로운 LP(출자자)를 확보하고 함께 펀드를 운영할 공동집행사원(Co GP)도 메티스 PE 대신 다른 사모펀드로 교체할 예정이다.
베이사이드PE 관계자는 "WI의 자금 납입 연기에 대비해 미리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윈저 인수 컨소시엄 구성을 협의해왔다"면서 "GP와 LP를 전면 재구성해 8월 말 인수를 완료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업계는 최근 시장 변동성이 높아 윈저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전체 주류 사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윈저 매출이 감소 추세인 것이 우선 원인으로 지목된다. 윈저 매각 결정 후 4개월 가량 이어진 디아지오코리아의 노사 갈등 탓에 윈저의 시장 점유율은 더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상승으로 사모펀드의 자금 확보가 어려운 현실에서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 프로젝트에 수백억 원을 투입할 LP 모집은 만만치 않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노사 분규가 있는 기업을 사들이려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론이 나온다.
베이사이드PE가 M&A 딜을 끝까지 완주해낸 경험이 적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이사이드PE는 2020년 현대중공업파워와 스쿨푸드(SCHOOL FOOD) 인수를 시도했지만 출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결국 딜을 포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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