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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투기자본에 취약한 지분구조 강화…경영은 '이사회 중심' 재편

■뉴삼성이 온다 <중> 9년째 미뤄진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생명' 보유 '전자' 지분, '물산' 넘겨 경영권 강화 가능성

  그룹 내 금융지주사 설립…오너家 지분 확보도 관측

'경영·소유' 분리한 발렌베리 가문 '롤모델' 삼을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복권 결정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복권이 확정됐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뉴삼성’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이 부회장은 복권 이후 삼성가의 소유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그룹 소유 구조는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확보하고 있고 그 아래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까지 이어져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8.51%의 지분을 가진 삼성생명이다. 삼성물산, 오너 일가의 지분은 각각 5.01%, 5.45%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방어하기에는 다소 헐겁고 복잡한 지배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이 약점을 파고들어 삼성 경영 전반에 개입하면서 각종 의사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음에도 지난해 1월 이 부회장이 국정 농단 사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9년째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법 족쇄에서 자유로워진 이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관여하며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예로 단순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를 삼성물산으로 넘기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방법은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비하는 복안이기도 하다. 보험사의 주식·채권 보유 금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효력을 가지면 삼성생명 총자산의 3%인 9조 원을 뛰어넘는 20조 원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금산분리법이 완화될 경우 그룹 내 금융 지주회사를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삼성은 4월 삼성증권·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등 4개 금융회사의 공동 브랜드인 삼성금융네트웍스가 통합 애플리케이션 모니모를 출시하는 등 그룹 내 금융 계열사 통합을 빠른 속도로 전개하고 있다.

지분 소유 구조 개선만큼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이 부회장과 총수 일가의 경영 참여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가가 이사회에 참여해 전문경영인을 감독하는 투명한 경영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가 SK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평가·선임·해임 제안 권한을 맡겼다. 인사위원장도 주로 사외이사가 맡는 등 독립성을 보장한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해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에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지배구조 지향점을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시행에 옮겨 외부의 인정을 받는 것”이라며 “글로벌 수준의 의사 결정 구조와 조직 문화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의 경우 창업자 가족이 160여 년간 5대째 경영권을 이어가고 있는 발렌베리 가문이 좋은 예시다. 이들은 ‘인베스터’라는 투자회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한다. 발렌베리 가문은 직접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인베스터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삼성과 발렌베리 가문의 인연도 깊다. 2003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발렌베리재단을 방문한 적이 있고 2012년과 2019년 발렌베리 가문 경영진이 한국에서 이 부회장과 회동한 적도 있다.

미국 대표 자동차 브랜드 포드도 창업주 헨리 포드를 포함해 13명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는데 이 가운데 포드 가족은 3명에 불과하다. 현재 포드 가문인 빌 포드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창업주 가족 80여 명은 복수의결권 제도를 활용해 2% 남짓한 지분으로 의결권 40%를 행사하고 있다.

현재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세계적인 경영 자문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준법위는 지난해 8월 고려대 지배구조연구소가 수행한 연구 용역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이에 대한 평가 지표, 점검 항목 설정’에 관한 보고서를 의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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