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ATS)가 증권형토큰(STO) 등 디지털 자산 거래에 눈독 들이고 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은 ‘빅뱅(태초 우주 대폭발)’처럼 급속도로 확장 중인 가운데 특히 STO는 ‘증권성’을 인정받아 조만간 제도권으로 편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거래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STO 등 디지털 자산 거래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23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는 STO 등 디지털 자산 거래를 가져오기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한국거래소는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디지털 자산 연구에 착수했고 대체거래소는 ‘디지털 자산 특화 거래소’를 표명하고 나섰다.
디지털 자산 거래를 위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건 한국거래소다. 한국거래소는 5월 말 전략기획부 산하에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디지털 자산 스터디에 돌입했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날로 늘어가는 서학개미 투자자에 한국거래소는 수익원 일부를 해외 거래소에 뺏기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자산 거래는 매력적인 미래 먹거리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거래소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신사업 TF는 과거 경쟁력강화팀을 개편한 조직으로 디지털 자산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 여타 신사업들을 두루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연일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아직 법제화가 되지 않아 디지털 자산 사업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올 초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 이후 한국거래소가 상장, 시장 감시, 공시, 거래, 결제 등 역할을 맡아 온 만큼 STO 등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면 한국거래소의 역할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체거래소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체거래소 설립 구심점인 금융투자협회는 디지털 자산 특화 거래소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을 품고 있다. 금투협은 장기적으로 STO와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 자산을 대체거래소에서 맡겠다는 계획이다. 현 자본시장법은 대체거래소가 상장 주식과 주식예탁증권(DR)만 거래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STO와 NFT의 경우 자본시장법 편입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체거래소가 해당 시장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금투협은 7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삼성·NH투자·한국투자·KB·키움·신한투자증권)와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ATS를 추진하기 위한 인가 준비와 법인 설립 등 사전 작업 중이다. 금융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 올해 안으로 신청해 예비 인가와 법인 설립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전산 작업을 진행해 2024년 초부터 업무를 개시한다는 목표다. 다만 최근 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거래 대금이 급감하면서 사업 진행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거래소가 디지털 자산에 눈독 들이는 건 급속도로 시장이 성장하면서다. 올 6월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은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 규모가 55조 2000억 원이며 일평균 거래 규모가 11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거래 규모만 따지면 코스닥 시장에 육박한다. 여기에 조각 투자 등 신규 사업들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속속 편입되면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현재로서 유리한 고지에 선 것은 한국거래소라는 전언이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체거래소는 언제 인가가 나서 본궤도에 오를지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디지털 자산 거래를 위해서는 상장, 공시, 시장 감시 등 기능도 따라와야 하는데 대체거래소는 거래 기능만 갖고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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