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의 가방, 많은 용사님들이 이미 갖고 있거나 브랜드 이름을 알고는 계실 거예요. ‘플리츠마마’의 니트백(온라인 스토어 둘러보기)인데요.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이에요. 지구용 에디터들은 사실 요런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사이클링에 살짝 회의가 느껴지던 참이었어요. 몇 년 전에는 신선한 아이디어였지만 플라스틱의 수명을 몇 년 늘릴뿐 결국에는 버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으니까요. 그럼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난다는 문제점은 여전한 거죠. 다행히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님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고, 지구용의 질문을 오히려 환영(?)해 주셔서 궁금증을 풀 수 있었어요.
헌옷까지 야무지게 재활용하기
우선 지구용사님들이 제일 중요하게 따지는 문제, 폐페트병 재활용의 효과에 대해 여쭤봤어요. 폐페트병을 그대로 버리는 것보단 재활용하는 게 당연히 낫지만 어떻게 재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계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폐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면(=보틀 투 보틀) 여러 번 재활용이 가능한데(=플라스틱의 순환), 플리츠마마처럼 가방이나 옷으로 만들면 다시 플라스틱을 뽑아내 쓰기 힘들어요('보틀 투 보틀'에 관한 지난 레터 다시 읽기).
그리고 요즘은 폐페트병 재활용이 트렌드처럼 되면서 우리나라 폐페트병 재활용률이 이미 90%에 도달했다고도 하고요. 굳이 폐페트병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줄고 있는 거죠.
왕 대표님도 “안 그래도 요즘 플리츠마마가 제일 심각하게 고민하는 부분”이라면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친환경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대표적인 리사이클링 소재인 폐페트병 가격도 올랐고 페트병을 ‘보틀 투 보틀’ 재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플리츠마마도 재활용의 영역을 확장하려고 고심 중이고요.”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지난해 봄 출시된 ‘리젠오션’이에요. 리젠오션은 우리나라 바다에서 어업을 하는 선박들에서 나온 폐페트병을 모아 만든 원사예요. 그냥 바다에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플리츠마마와 효성티앤씨·여수광양항만공사가 손잡고 항만의 입출항 선박에서 나오는 투명 페트병을 모아다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거예요. 왕 대표님은 “리젠오션을 시작으로 폐어구(버려진 어망 등) 재활용으로 만든 나일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해주셨어요. 전체 해양쓰레기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넷플릭스 다큐 ‘씨스피라시’에 등장하는 그 폐어구 말이에요.
버려지는 옷에서 실을 뽑아내 가방을 만들기도 했어요. 플리츠마마가 지난해 겨울 출시한 ‘새들백’이 헌 옷, 버려진 옷으로 만들어진 대표 제품.
안 그래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쌓인 헌옷 쓰레기(특: 썩는 데 200년 걸림) 사진 보고 충격받은 용사님들 많을텐데, 좀 안심이 되시나요?
탄소도 미세플라스틱도 줄이고 있다구요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돼요. “자투리 원단이 남지 않도록 니트 뜨개질 방식을 썼고, 선주문을 받아서 예상 재고를 최소화하고,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해 이동 거리(=에너지 소모&탄소 배출)도 최대한 줄였다”는 왕 대표님의 설명. 또 150데니어의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를 주로 써서 미세 플라스틱 발생도 줄였대요.
그럼 이제 걱정 끝? 아니에요. 환경 문제는 정말 복잡해서 깔끔한 정답을 찾기가 힘들거든요.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을 뿜는 합성섬유 대신 천연섬유만 쓰면 될 것 같지만, 천연섬유도 많은 농업용수가 필요하고 가공 과정에서 오염을 일으켜요. “‘A는 나쁘고 B만이 답’이라는 단편적 접근으론 환경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려워서, 다방면으로 고민하면서 최선의 대안을 찾고 있다”는 대표님의 말씀에서 깊은 시름(...)이 느껴졌어요.
지구용 에디터들이 나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는데, 대표님은 침착하게 잘 막아내시더라고요(왠지 아쉽...?). 물론 오늘날의 플리츠마마가 있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에요. 니트백 생산 초기에는 해외의 폐페트병을 수입해서 만드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 소비자가 “우리가 마시고 버린 페트병으로 만든 제품인가요?”라고 질문하셨고, 아차 싶으셨다고. 그래서 그 이후로는 열심히 국내 폐페트병 재활용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셔서 현재는 모든 제품에 100% 국내 발생 폐기물만 재활용하고 있으시대요. 각 지역에서 모은 폐페트병으로 만든 ‘러브 부산(부산의 시크함을 표현)’, ‘러브제주(제주산 삼다수 폐페트병으로 제작)’, ‘깨끗하여수(여수의 파도를 그라데이션 디자인으로 표현)’ 같은 시리즈도 있어요.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할게요. ‘안 사는 게 제일’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가진 물건을 오래 쓰고, 때로는 중고 물품을 사서 써도 되고요. 하지만 정말 꼭 새 가방이 필요할 땐 요런 진정성 넘치는 브랜드를 떠올리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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