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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사건처리 평균 440일…불확실성에 떠는 기업

내부거래 사건은 평균 559일

조사서 의결까지 갈수록 길어져

'늑장행정'에 기업 피해 사례도

공정위선 "방어권 보장 때문"





공정거래위원회가 사건을 처리하는 기간이 갈수록 늘어나 기업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사건을 조사하는 데는 평균 248일, 의결하는 데는 평균 192일이 걸려 5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 사건 조사에는 평균 248일이 소요됐다. 2016년 평균 사건 조사 기간이 150일이었음을 고려하면 5년 새 64.6% 늘어났다. 공정위가 최고 의결 기구인 전원회의에 사건을 상정한 뒤 의결까지 완료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2016년 69일에서 지난해 192일로 약 2.8배 수준이 됐다. 조사에서 의결까지 걸리는 전체 기간도 2016년 219일에서 지난해 440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부당 내부 거래 사건의 조사 기간이 평균 559일로 가장 길었다. 2016년에는 부당 내부 거래 사건 조사에 평균 387일이 걸렸으나 5년 새 44.4% 늘어난 것이다. 카르텔 사건 조사 기간은 2016년 101일에서 지난해 269일로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시장 지배력 남용, 불공정 행위 사건 조사 기간은 350일, 소비자 사건 조사 기간은 162일, 기업 거래 사건 조사 기간은 121일, 기업결합 사건 조사 기간은 24일이었다.



공정위가 사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해 의결까지 걸리는 기간은 모든 종류의 사건에서 급증했다. 시장 지배력 남용, 불공정 행위 사건은 93일에서 265일로, 카르텔 사건은 92일에서 153일로, 부당 내부 거래 사건은 64일에서 136일로, 기업 거래 사건은 121일에서 284일로, 기업결합 사건은 41일에서 44일로 최대 2.8배까지 늘었다. 2016년 전원회의 안건이 없었던 소비자 사건 역시 2017년 142일에서 지난해 272일로 약 2배 수준이 됐다.

올 들어서는 새 정부의 공정위원장 인선이 지연되고 상임위원 공석이 발생하면서 사건 처리 기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커진다. 가령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갑질’ 피해자인 삼성전자나 구글의 앱 마켓 독점 출시 강요로 피해를 본 기업들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빠른 결론을 내고 경쟁 질서를 복원해줘야 한다. 조사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도 사건 처리가 길어지는 것이 곧 리스크 요인이 된다. 민병덕 의원은 “공정위가 주도해야 하는 국정과제와 오래된 이슈들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공정위 사건 처리가 오랫동안 지연돼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제재가 늦어지는 만큼 피해가 누적되는 기업도 있다. 공정위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제재하겠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방침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심사 보고서를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공정위 결정이 늦어지는 사이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와 매출은 갈수록 줄고 있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에 따르면 변협의 징계 방침 직전인 지난해 4월 매출액 대비 8월 매출액은 67.4% 줄었다.

다만 기업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다 보면 사건 처리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안건 상정에서 의결까지 소요되는 기간에는 조사를 받은 기업이 공정위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기간도 포함된다”며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적법절차를 강조하다 보니 사건 처리가 길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사건 처리를 신속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건업무 개선 태스크포스(TF)’ 또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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