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임플란트 가격을 낮추기 위해 물량기반조달(VBP) 정책을 시행하자 국내 임플란트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균 판매 단가가 독일 등 경쟁사보다 낮아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오스템임플란트(048260)와 덴티움(145720) 등 국내 임플란트 업체의 주가는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전날보다 4900원(3.80%) 오른 13만 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9만 8000원대에 머물렀지만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35% 넘게 급등했다. 덴티움 역시 직전 2거래일 연속 5% 넘는 상승세를 나타낸 후 이날 소폭 하락 마감했다.
앞서 중국 정부가 임플란트 서비스 가격을 표준화하기 위해 중앙 집중식 VBP 정책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임플란트 업체의 수익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0만 원대를 유지하던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VBP 우려가 반영되며 9만 원대로 후퇴하기도 했다. 중국 VBP 정책의 목표는 정부가 직접 의약품을 대량 구매해 가격 인하를 꾀하는 것으로 중국향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임플란트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 관세청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임플란트 수출액 5719만 달러 중 절반가량인 2349만 달러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 국내 임플란트 업체들이 정책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임플란트 기업의 수익성은 소모품이 고가일수록 높아지는데, 국내 기업들의 평균판매단가(ASP)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글로벌 1위 기업인 스트라우만은 고가의 소모품을 사용하고 있어 단가를 크게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국내 기업이 중국 내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VBP가 본격 시행될 경우 스트라우만 제품의 평균 가격이 기존 대비 50~60% 선으로 조정되면서 매출의 30~35% 타격을 예상한다”며 “스트라우만의 프리미엄 제품은 VBP 입찰이 불가능한 수준이라 피해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높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민간 병원에 더해 국공립 병원으로까지 영업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공립 병원에 대한 상대적인 지배력은 스트라우만이 높고 국내 기업은 민간 병원 위주로 지배력을 키워왔는데, 정책 시행을 계기로 국공립 병원에 대한 지배력까지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VBP는 패키지로 묶어 거래를 한다는 것인데 국내 기업은 이전부터 패키지 영업을 해왔기에 상대적으로 영업 방식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중국 내 국내 브랜드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 역시 “국내 기업들의 평균 판매가는 최대 20~30% 낮아지는 수준인데, VBP 적용 시 이 정도의 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정책 시행 이후 중국 내 수요가 명확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그 혜택은 가성비 제품 중 경쟁자가 없는 한국 기업들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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