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재개된 유럽 최대 규모 가전 전시회 ‘IFA 2022’가 6일(현지 시간) 닷새 간의 여정을 마치고 폐막한다. ‘초연결’ ‘친환경’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매서운 기술력 추격에 나섰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열린 IFA에는 전 세계 45개국, 약 1400개 기업이 참여했다. 2019년 IFA 때 약 50개국, 1900개 기업이 참여했던 것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줄었다. 전시가 진행된 ‘메세 베를린’은 예년과 달리 지하층 곳곳이 비워져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도시 봉쇄 등 여파로 중국 기업 상당수가 참여를 포기했고 일본 기업들도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4위 TV 기업인 중국 하이센스는 불참했고 5위인 일본 소니는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 부스만 꾸렸다. 3위인 TCL은 IFA에 참여했지만 예년보다 부스 규모를 줄였다.
전시장의 빈자리는 한국 기업들이 메웠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각각 북측과 남측 출입구에 최대 규모의 부스를 설치해 이번 IFA의 주인공 역할을 했다. 참가한 국내 기업 수는 130여 개로 역대 최다였다.
이번 IFA의 핵심 트렌드는 ‘초연결’ ‘친환경’ ‘라이프스타일’로 요약된다. 가전제품과 모바일의 연결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전 연결 경험을 제시하기 위해 주요 가전 업체들은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LG전자 ‘LG 씽큐’ 등 스마트홈 플랫폼을 내세워 열띤 홍보전을 폈다.
삼성전자는 하나의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가전제품을 모두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 간 연합체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 시연회를 진행했다. LG전자도 최근 HCA 의장사로 참여하면서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두 회사는 자사 부스에서 스마트홈 앱을 통해 조명·음악 등 가전 전반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유럽 에너지 위기 등 여파 속에 ‘친환경’도 중요한 화두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부스의 주요 테마 중 하나로 ‘친환경’을 선택하고 ‘에너지효율 1위 가전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태양광발전과 가정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주거 콘셉트 ‘넷 제로 홈’, 유럽 시장 에너지 최고 등급(A)보다 10%를 더 절감하는 기술 등을 선보였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 업체 밀레를 비롯해 보쉬·지멘스 등 주요 가전 업체들도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했다.
기존 제품 사용 환경을 넘어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대거 등장한 점도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게이머를 위한 최적의 디스플레이 ‘오디세이 아크’를 선보였다. LG전자는 벤더블 TV ‘플렉스’, 터치로 외관 패널 색깔을 바꾸는 냉장고 ‘LG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신개념 신발 관리기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 등을 최초 공개했다.
참여율은 낮았지만 중국 업체들은 급성장한 기술력을 선보이면서 선두권 맹추격에 나섰다. 중국 TV업체 TCL은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136인치 4K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신제품과 98인치 QLED TV 등을 공개했다.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은 “액정표시장치(LCD) 등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 기술력을 거의 다 따라잡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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