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자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요즘 들어 무척 바빠진 이가 있다. 바로 자폐인을 연구하고 또 그들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의 이소현 대표다.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인 이 대표는 2012년 오티스타를 설립하고 자폐인의 사회활동을 돕고 있다.
5일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이 대표는 “드라마 우영우에서 봤듯 자폐인들 가운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많은데 현실은 아직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자폐인들도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이들을 고용해 그 능력을 잘 활용하면 조직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은 오티스타는 디자인 회사다. 자폐인들 가운데 디자인과 그림 그리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을 고용해 협업을 맺은 제조기업의 제품을 디자인 해준다.
이 대표는 대학 특수교육과 교수인 까닭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이 가운데서도 그가 자폐인에 주목한 것은 그들의 특수한 능력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폐인들 중에서는 엄청난 암기력을 가졌다거나 놀라운 디자인 실력을 소유했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이들이 고용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폐인들도 자신의 능력을 사회 곳곳에서 펼칠 수 있도록 고민하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오티스타를 설립했다”고 회사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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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스타는 이 대표가 이화여대에서 자폐인들의 재활을 돕는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이 대표가 오티스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자폐인들의 그림을 보고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2012년 자폐인들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공모전을 열었는데 이 가운데 몇개의 작품을 선정해 전시회도 열었고 이 공모전에서 발탁된 디자이너를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10년전 회사를 설립할 당시 직원은 단 1명이었다. 오티스타의 디자인 실력은 문구업체 등 제조기업들에 소문 나 일감도 늘고 회사도 성장해 현재는 20여명의 직원이 있다. 오티스타의 직원들은 모두 자폐인들이다.
이 대표는 “오티스타 설립 당시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을 벌이는 SK그룹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 덕분에 회사 설립 초창기를 기반을 잘 닦을 수 있었다”며 “지금은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하는데 제품 디자인 뿐 아니라 자폐인을 고용하는 기업들에게 그들을 대하는 법 등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고 말했다.
현재 오티스타와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들 가운데 부쩍 협업이 늘고 있는 곳이 있다. 뷰티기업 ‘아이소이’다. 든든한 후원자 역할도 하고 있는 아이소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나눔’ 실천 의지가 강해 오티스타가 디자인한 제품들을 적극 구매하면서 회사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이 대표는 소개했다.
아이소이와 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지가 강한 기업들이 많이 늘어날 수록 오티스타와 같은 작은 사회적 기업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고 그 숫자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아이소이와 같은 기업들과 협업하고 상생하는 게 곧 자폐인의 사회적 활동을 돕는 방법 중 하나”라면서 “아이소이는 편견 없는 세상에서 개개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는데 이런 기업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회사 생존에 주력했던 이 대표는 앞으로 회사의 직원을 늘리고 더 많은 자폐인을 사회로 내보내는 게 목표다. 그는 “자폐인에 대한 이해는 어려운 게 아니다”면서 “그들은 특정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꼭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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