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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INSIDE] 위상·영향력 커지는 사모펀드의 'C레벨 사람들'

KKR·어피니티에 대박 안긴 오비맥주 출신들 활약 눈길

고액 연봉에 지분도 받아 회사 매각시 대박 수익도 챙겨

경영 능력 인정받으면 他PEF·대기업 등서 발탁 잇따라


사모펀드(PEF)의 기업 경영권 거래가 국내에서 본격화한지 17년에 이르고, PEF 수도 1000개를 넘어서면서 사모펀드와 인연을 맺고 명성을 쌓는 전문경영인도 증가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C레벨 인사'로 불리는 이들은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들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대표 및 핵심 임원을 맡아 기업 성장과 매각 등에 주역이 되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사모펀드의 비중과 역할이 확대되면서 이들의 역할도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C레벨 인사로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2009년 인수한 오비맥주에서 활약한 인사들이 우선 주목을 받고 있다. KKR과 어피니티는 오비맥주를 2014년 매각하면서 지분 매각 차익만 5조원을 남기는 등 투자 성공 신화를 작성했는데 이를 뒷받침한 전문 경영인들도 계속 몸값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김동철 당시 오비맥주 수석부사장(COO·최고운영책임자)은 어피니티가 2019년 서브원을 인수하면서 COO로 재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이듬해 대표이사(CEO) 자리까지 꿰차며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어피니티는 오비맥주 때부터 김 대표의 경영 역량을 눈여겨보며 전문 경영인으로 키워온 셈이다.

오비맥주 재무팀을 이끌었던 이영상 부사장(CFO) 역시 또 다른 사모펀드에 발탁됐다. 홍콩계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2019년 CJ(001040)그룹으로부터 투썸플레이스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이 부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이영상 부사장 뒤를 이어 2016년부터 오비맥주의 CFO를 맡았던 이동형 부사장도 어피니티와 연결됐다. 어피니티는 2016년 한국버거킹을 사들이고 이후 일본버거킹까지 인수했는데, 이 부사장을 이 회사의 C레벨로 영입했다. 이동형 부사장은 현재 한국버거킹 CFO와 일본버거킹 CEO를 겸하며 회사 재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1조원의 몸값이 거론되는 버거킹 매각이 완료되면 이 대표 역시 또 한번 대박을 기록할 것으로 전해졌다.

KKR이 발탁해 오비맥주 자금팀에 몸담았던 곽준호씨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 감사를 맡아 주주 행동주의 전략의 핵심 인물이 됐다. KKR 출신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SM엔터 외부 감사로 곽 씨 선임을 주도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 대상 행동주의 투자 전략을 펼치는 사모펀드로 곽 감사를 통해 이수만 에스엠(041510) 총괄 프로듀서의 편법적 일감 챙기기 구조를 감시하고 있다. 곽 감사는 KKR이 인수했다 매각한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현 SK넥실리스)의 CFO를 거치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동철 서브원 대표, 이영상 투썸플레이스 대표




사모펀드가 투자 기업에 잘 아는 전문 경영인들을 발탁하는 것은 재무 개선과 경영 성과를 높여 재매각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모펀드는 국내 대기업 등에 고질적으로 자리잡은 지연·학연 등에 따른 인사를 배격하고 업무 전문성만을 중심으로 C레벨 경영진을 구성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사모펀드가 스카웃한 C레벨 경영진 역시 기업 운영에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고액 연봉을 받기도 하고 특히 시세보다 싼 가격에 회사 지분을 매입해 사모펀드가 회사를 매각할 때 함께 수익을 실현할 기회도 갖을 수 있어 왕성하게 실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새로 선임한 투자기업의 CEO에게 25억원 규모의 지분을 5분의 1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준다” 면서 "회사를 재매각 할 때 펀드와 같은 가격으로 지분을 팔 수 있게 보통 보장하는 만큼 PEF 운용역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오비맥주에 몸 담았던 사모펀드 계열 임원들은 보유 지분을 매각해 수십억원 넘는 수익을 별도로 얻기도 했다.

올 하반기 M&A 시장에서 최대 규모 거래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메디트 역시 사모펀드가 선임한 CFO를 중심으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2019년 메디트 경영권을 인수한 유니슨캐피탈은 이동길 전 맥도날드코리아 CSO(최고지속경영자)를 메디트 CFO로 선임했다. 유니슨캐피탈은 2019년 지분 50%+1주를 약 3200억 원에 매입했는데, 현재 지분 100% 기준 몸값은 3조 원대로 거론되고 있다. 펀드와 경영진 모두 큰 지분 매각 차익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능력을 중시하는 사모펀드 업계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면 CEO로 장수할 수도 있다. KFC코리아와 카버코리아 CEO를 역임하며 사모펀드와 오랜 기간 호흡했던 이제훈 대표는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대표를 맡고 있다.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하나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차영수 전 삼성선물 대표를 2019년 운영 파트너(Operating Partner)로 영입하기도 했다. 급성장하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운영담당 직책을 처음 만든 것이다.

이와함께 IMM PE는 맥킨지와 ADT캡스, 티몬, 지오영그룹 등을 거친 김진태 대표를 최근 한샘(009240) 대표 집행임원으로 선임했다. 한샘은 IMM PE가 지난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대표 집행임원은 이사회 소속 경영진은 아니지만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

또 모건스탠리 PE에서 투자 기업인 놀부 부대찌개의 CEO를 지낸 안세진 호텔롯데 대표는 신동빈 회장 면접을 본 이후 지난해 말 그룹 핵심 계열사의 수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모건스탠리PE 이전 LG(003550)와 LS그룹에서 사업 전략을 짰던 그는 코로나19로 대타격을 입은 호텔 롯데의 경영 정상화와 새 먹거리를 찾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투자 기업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전문경영인이 타 사모펀드 뿐 아니라 대기업의 인재 영입 대상이 될 만큼 재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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