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세트가 쏟아져나오는 명절은 식품업계 최대 특수로 꼽힌다. 대세인 캔 햄과 캔 참치 전 과거에는 조미료인 미원과 설탕부터 라면, 고추장도 명절 선물세트로 인기를 끌었다. 명절에 선물세트를 주고 받는 문화는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명절 선물세트에 본격적으로 먹거리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전쟁이 끝나고 먹을 것이 부족했던 당시 조미료와 라면이 대표 명절 선물세트로 인기를 끌었다. 그중에서도 국내 최초 발효 조미료인 대상의 '미원' 선물세트는 미도파 등 백화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최고의 인기 명절 선물로 꼽혔다. 미원 외에도 단맛을 내는 설탕도 1960년대 많이 선물하던 품목이었다.
산업화 시대인 1970~80년대에는 커피와 과자종합세트를 비롯해 비누·칫솔·치약 등 공산품이 선물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경제가 성장하며 소비력이 생기자 갈비세트와 굴비세트 등 고급 선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식품 외에도 지갑·넥타이·벨트 등 고가 잡화 선물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추세는 1990년대 들어서도 이어지다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변화를 맞았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인해 사치품에서 합리적인 가격대와 실용적인 생활용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로 소비자 선호가 바뀐 것이다. 실용적인 선물을 찾으면서 고추장과 된장 선물세트도 나왔다.
웰빙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에는 올리브유와 와인, 홍삼 등이 선물세트로 각광을 받았다. 2010년 이후로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를 겨냥한 선물세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청정원은 연휴 기간 집에 머무는 소비자들을 위해 가정간편식으로 구성한 '집콕 명절세트'를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선물세트도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19년 이후에는 손소독제와 마스크로 구성된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친환경이 선물세트 키워드로 떠올랐다. 각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과대 포장 문제 해결에도 팔 걷고 나섰다.
2008년 친환경 선물세트를 도입한 대상은 올해 추석 선물세트에 플라스틱을 일절 쓰지 않은 종이 쇼핑백을 도입하고, 콩기름으로 만든 잉크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대상은 올해 약 473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쇼핑백을 없애기 위해 선물세트 케이스에 손잡이를 적용했다. CJ제일제당과 사조대림은 선물세트에 들어간 모든 캔햄의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음식 문화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기술은 시대에 따라 발전하기 때문에 연중 행사로 특별하게 기획·제작하는 선물세트에는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사가 담겨있다"며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의 효율성도 높이는 등 선물세트 포장에 적용되는 필(必)환경 트렌드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