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부문의 대규모 인력 조정을 예고한 가운데 당장 하반기 채용을 앞둔 공공기관들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증원은 없다’는 원론적 방침만 내놓았을 뿐 신규 채용 규모나 초과 인력 감축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7월 공개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력 조정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공공기관의 정원을 내년부터 줄이겠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골자다. 아울러 정원과 현원의 차이는 시간을 두고 차츰 조정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적용될 기관별 정원을 올해 말께 확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이번 정부 지침만으로는 채용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이 현재 할당받은 정원은 지난해 말 확정된 수치로 신규 채용을 독려한 지난 정부에서 설정한 것이다. 공공기관은 확정된 정원을 기준으로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게 원칙이지만 ‘긴축 경영’을 기조로 삼는 현 정부가 내년 정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이를테면 현 정원에 맞춰 인력을 뽑았다가 새로 할당될 정원이 급감하면 곧장 인력 감축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공공기관의 인사 담당 팀장은 “올해 할당된 추가 정원이 20명인데 예년이었으면 20명을 다 채웠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내년 정원이 얼마나 줄어들지 모르니 채용 규모를 확정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당초 예정된 채용 계획을 미루는 곳까지 생기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올해 하반기 180여 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었다. 이는 올해 정원에서 예상되는 퇴직자 수를 제외한 규모다. 하지만 내년 정원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올해 정원 미달분을 전부 채우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채용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와 적정 채용 규모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채용을 앞둔 한국전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전의 경우 정원(2분기 기준 일반직 2만 3717명)보다 현원(2만 3800명)이 더 많다. 당초 계획대로 채용했다가 내년 정원이 줄어들면 인력 감축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기업 채용 기조가 달라지면서 하반기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기관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기관별 실제 인력 소요를 고려해 채용을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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