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12조 원이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 불법·부당 집행된 규모가 2267건, 총 2616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산업기반기금사업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비롯해 발전소 주변 지역과 전력 연구개발(R&D) 사업 지원 등을 골자로 문재인 정부 기간에 집중 육성됐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혈세가 투입된 사업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고 관리 부실 역시 심각한 수준이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13일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2개 지자체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점검 대상 사업비 약 2조 1000억 원 중 총 2267건, 2616억 원(약 12%)이 부적절하게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브리핑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2018년부터 약 5년간 12조 원이 투입됐지만 기금 운용, 세부 집행 등에 대한 외부 기관의 점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조사 착수 배경을 밝혔다.
방 실장은 "특히 2019∼2021년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지원한 사업이 6500건인데 전기 면허를 가진 사업자에 대출을 해야 함에도 긴급하게 하다 보니 사업자 면허가 없는 사업자가 대거 승인됐다"고 덧붙였다.
적발된 사례들은 기상천외했다. 태양광 사업 관련 허위 세금계산서를 내고 대출을 받거나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돈을 빌리는 등 위법·부당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보조금 지원 사업에서도 쪼개기 수의계약이나 결산서 조작 등 회계 부실이 적발됐다. 특히 이번 조사가 12개 지자체의 표본조사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전국 226개 지자체로 조사 대상을 넓히면 적발 규모와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해 혈세 낭비 사례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조실 관계자는 "부당 지급된 보조금은 보조금법을 통해 환수할 예정"이라며 "부당 대출은 사기 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수사 의뢰 등을 통해 사기 혐의 등을 확정하고 민사 등 조치로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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