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 충격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강도도 한층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집어삼켰다.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요동쳤고 원·달러 환율은 또다시 연고점을 갈아 치우며 140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보다 59.07포인트(2.41%) 내린 2390.47로 2400선이 무너진 채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낙폭이 다소 회복되며 38.12포인트(1.56%) 하락한 2411.4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13.86포인트(1.74%) 떨어진 782.93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출렁거렸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 가까이 떨어졌고 중국 상하이·선전종합지수도 1% 안팎의 약세를 나타냈다.
전날 밤 발표된 미국의 8월 CPI로 인한 충격이 컸다. 8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오르며 7월(8.5%)보다 상승 폭은 둔화됐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치(8.0%)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일각에서는 20~2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넘어 금리를 한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8월 CPI가 발표된 직후 다우존스지수(-3.94%)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4.32%), 나스닥지수(-5.16%)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치도 곤두박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원 30전 오른 1390원 90전에 거래를 마치며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환율이 139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 충격이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유발할 것”이라며 “9월 FOMC 때까지 1400원 돌파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엔화 가치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4.96엔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저항선인 145엔에 육박했다. 블룸버그는 1998년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했던 당시의 146.78엔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가치가 연일 약세를 이어가자 일본 외환 당국도 구두개입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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