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외환보유액을 구성하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올해 상반기 사상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40조 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KIC의 수익성 제고와 안정성 확보를 위해 투자 정책과 운용 전략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KIC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IC의 상반기 총자산 수익률은 -13.8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KIC의 전체 운용 규모는 2050억 달러(약 285조 원)로 6개월간 약 39조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KIC의 올 상반기 수익률은 2005년 출범 이후 역대 최악이다. 특히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2018년(-3.66%)을 제외하면 연간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낸 손해로 최근 2년 수익의 대부분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자금을 받아 해외 자산에만 외화로 투자한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해외 투자액이 KIC보다 많은 국민연금의 상반기 수익률이 -8.0%였는데 해외 투자가 전문인 KIC의 수익률이 훨씬 낮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KIC의 상반기 주식 운용 수익률은 -21.17%로 추락했고 채권은 -14.04%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12.59%)과 해외 채권(-1.55%) 운용 수익률에 비하면 월등히 낮다. KIC 전체 운용 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약 40%, 채권은 35% 수준이다.
전체 자산의 18%를 차지하는 부동산 및 인프라 등 대체자산 투자에서도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KIC는 대체투자의 성격상 반기나 연간 수익률을 집계하지 않지만 최초 투자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연환산 수익률이 8.83%였는데 올해 6월까지는 8.61%로 낮아졌다. KIC는 역대급 손실의 배경에 대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했다”며 “강달러로 달러 기반 투자기관인 KIC에는 악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KIC는 그간 미흡하고 불투명한 투자 운용 프로세스, 운용 전략, 리스크 관리 등이 문제로 꾸준히 지적됐다”며 "국부펀드의 수익성 제고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투자 정책, 운용 전략 및 리스크 관리 전반을 조망해 효율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운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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