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급성장한 국내 간편식(HMR) 시장에 호텔이 뛰어 들며 규모를 더욱 키우고 있다. 1인 가구 등이 늘어난 가운데 밀키트가 간편하고 저렴하게 고급 레스토랑 식사를 구현할 수 있다는 편리함까지 더해져 시장이 급성장 했다. 이전에는 식음료 기업 위주의 시장이었다면, 최근에는 호텔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밀키트를 선택하며 당분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해비치 호텔은 하반기 내 한식당 수운과 양식당 마이클 바이 해비치에서 인기를 끌었던 메뉴를 밀키트로 출시할 예정이다.
호텔이 밀키트 사업에 주력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팬데믹으로 객실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호텔은 각자 운영 중인 레스토랑에서 성공한 메뉴들을 밀키트로 출시하며 사업을 다각화 했다. 시장조사 전문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587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 1017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2025년에는 7253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돼 6년 만에 7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 한 것은 시간 절약, 가성비에 편의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간편 조리 식품은 저가, 인스턴트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맛집 상품을 그대로 옮긴 레스토랑간편식(RMR)들이 등이 출시되며 제품의 품질과 맛, 안전성 등이 외식·배달식과 견줄 정도로 향상됐다. 또 다이어트, 근력 강화와 같은 건강 관리 목적의 즉석 조리 식품, 식물성 단백질 등 친환경 건강 즉석 조리 식품 등도 출시되며 선택지를 넓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즉석조리식품 시장은 홈파티, 캠핑 등 가족, 친구와 함께하는 활동이 늘며 맛 뿐 아니라 플레이팅, 분위기가 중요시되며 폭풍 성장세를 보였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 된 것도 한 몫했다"고 말했다.
호텔은 밀키트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 결과 큰 성공을 거뒀다. 워커힐이 지난 6월 선보인 ‘고메 프리미엄 밀키트’ 3종은 세 달 만에 3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앞서 지난해 출시된 ‘워커힐 곰탕’과 ‘워커힐 김치’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12월 밀키트 브랜드 ‘롯데호텔 1979’를 공개하며 출시한 롯데호텔 뷔페 ‘라세느’의 시그니처 메뉴 허브 양갈비 밀키트는 8개월 물량으로 준비했지만, 3개월 만에 완판됐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11월 프레시지와 협력해 안심 스테이크, 떡갈비, 메로 스테이크 3종의 ‘신라 다이닝 앳 홈’을 출시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판매 중인 유니짜장과 짬뽕은 누적 판매량이 60만 개를 훌쩍 넘겼다.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도 지난 4월부터 파라다이스시티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스칼라’의 인기 파스타 2종과 피자 3종,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중식당 ‘남풍’의 인기 메뉴 3종 등의 밀키트를 선보였다.
마트 업계도 밀키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수 백 가지의 피코크 상품을 판매 중인 이마트(139480)는 ‘고급 가성비’를 부각하며 고객 수요 잡기에 나섰다. 올해 들어 피코크 밀키트 매출은 2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가 늘었고, 이달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특히 이마트는 오는 28일까지 인기 상품 100개를 최대 40%까지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며 외식 물가가 비싸지자 ‘디너플레이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 롯데쇼핑(023530)은 계열사 롯데푸드를 통해 밀키트 관련 협업을 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지난 4월 밀키트 제조전문 스타트업 푸드어셈블의 지분 19.6%를 65억원에 취득했다.
홍연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공 식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간편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재구매 가능성이 높고, 더 많은 제품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족의 연령이 낮을 수록 즉석밥이나 즉석 섭취 식사류를 구입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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