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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의 산업부 '기수파괴'.. 득(得)인가 실(失)인가[양철민의 경알못]

산업부, 행시 50회 본부과장 파격 발탁

조직 안정성 저해.. 일각 부작용 우려

탈원전 수사에 신재생 감사 등으로 뒤숭숭

인사적체 해소위한 고육책이라는 지적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기수파괴’ 인사에 대해 산업부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기수파괴로 조직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로 결정되는 기수파괴 인사를 누가 납득하느냐”는 반발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 확대 정책과 관련해 산업부를 정조준하고 있어 산업부 내부는 어느때 보다 뒤숭숭한 모습이다.

2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인사에서 행정고시 기수 50회 서기관을 본부 과장으로 발탁했다. 기획재정부를 제외한 여타 부처의 경우 50회 본부과장이 흔하지만, 산업부는 고질적 인사적체로 50회 보다 선배기수에서도 본부 과장을 찾기 쉽지 않다.

실제 48회 본부 과장은 양정화 산업일자리혁신과장, 정승혜 전력계통혁신과장, 박다정 FTA무역규범과장, 송영진 바이오융합산업과장, 이재석 엔지니어링디자인과장 등 5명에 불과하며 49회 본부 과장은 홍수경 에너지기술과장, 최성준 기술안보과장 등 2명 뿐이다. 48회와 49회 산업부 직원은 모두 합쳐 60명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파격 인사에 대해 관련 기수의 불만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모 과장은 “관료제 특성상 어느정도 시기까지는 연차에 따라 승진을 해오는 것이 관례였다는 점에서 특정 기수 사이에서는 ‘왜 내 앞에서 이러한 기수파괴가 일어나느냐’는 불만이 제기된다”며 “행정고시 출신 인사들의 개인별 능력치가 비슷한데다, 기수가 낮을수록 기본 능력치보다 어느 부서에서 어떤 상관을 모셨느냐 등의 외부요인에 따라 평가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기수파괴 인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다”고 밝혔다.

입부 5년차 정도의 저연차에서도 기수파괴 인사에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관례상 58회 기수의 차지였던 올해 해외연수를 이번에는 60회 기수가 가게됐기 때문이다. 한 사무관은 “본인 기수 순서를 기다렸던 사무관들 입장에서는 입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연공서열에 따른 보상 시스템이 약해지면서 눈에 띄지 않는 부서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연출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앞서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비고시 출신을 ‘인사팀장’으로 발령내고 몇몇 인사를 ‘대기발령’ 조치하는 등 이른바 ‘인사혁신’안을 꾸준히 진행중이다.



산업부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기업과 달리 공무원 조직은 연봉 차등화 같은 급여 인센티브 제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 때문에 승진이나 해외 연수 등이 관료사회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핵심 인센티브로 분류된다. 이 같은 인센티브 제도가 조금씩 바뀌면서 관료들 또한 묵묵히 자기 일을 하기 보다는 본인 홍보 등을 통한 제몫찾기가 중요해졌다는 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산업부 몫이었던 영국 상무관 자리를 농림부에 내주는 등 해외 파견자리도 갈수록 줄고 있어 낮은 연차의 공무원 사이에서는 “후배들은 선배 기수와 달리 일은 많고 보상이 적은 구조”라는 볼멘소리가 계속된다.

이와 관련해 20여년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교수로 일하며 기술 및 인적자원 분야를 연구했던 이 장관의 조직운영스타일이 관료제에 적합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너가 있는 일반 기업과 달리 2~3년마다 장·차관이 바뀌는 관료제 특성상 이같은 기수파괴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채, 수년 뒤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앞서 실장급에서도 파격 인사를 추진했으나, 대통령실과의 조율 후 관련 방안이 무산돼 리더십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외에도 부서내 핵심 에이스로 분류되는 이들이 매 정권 교체때마다 ‘적폐’로 몰리는 경우가 잦은 상황에서 기수파괴 보다는 ‘정치적 외풍과 상관없이 제대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산업부 인사는 “이 장관이 산업부에서 관료를 할 때만 하더라도 민간에서 산업부 관료에 대한 수요가 많아 이직 등이 쉬웠으며 관료로서 누리는 혜택도 현재 대비 컸다”며 “반면 현재는 관료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데다 탈원전과 신재생 수사 등으로 조직 사기가 크게 저하돼 이 같은 파격 인사안에 대해 벌써부터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산업부 내 기수파괴는 현재진행형이다. 원전산업정책국이 대표적이다. 현재 원전산업국 총괄 과장은 비교적 아랫기수인 46회가 맡고 있다. 최고 고참 과장이 총괄과장을 맡고 있는 여타 국과 대조적이다. 다만현재 원전국 신임 총괄과장의 부서 내 평판은 호평 일색이다. 사무관 시절 원전국에서 3년이상 일한 베테랑인데다 뛰어난 업무 추진력 및 훌륭한 인품 등으로 조직내 신망이 두텁기 때문이다. 특히 ‘모두가 기피하는 부서’로 알려진 원전국 총괄과장을 맡게돼 내부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피라미드 구조의 산업부 인력구조를 감안하면 이 같은 기수파괴 인사는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다만 조직원이 납득할만한 인사가 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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