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소공동은 국내 유통업계의 맞수 롯데와 신세계(004170)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두 회사 모두 이곳에 ‘본부’ 격인 백화점 본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 외벽과 쇼윈도에 명품 브랜드를 내걸며 자웅을 겨뤄 온 두 곳이 최근엔 연말 ‘비주얼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유통가의 겨울 필수 모객 이벤트가 된 ‘외부 인테리어’, 일명 ‘비주얼 머천다이징(VM)’ 공개를 앞두고 철통 보안 속에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12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본점은 다음 달 3일 ‘크리스마스 드림 모먼트(Christmas Dream Moments)’를 주제로 한 VM을 공개한다. 이날 찾은 본점은 VM 공개를 예고하는 가림막으로 건물 외벽을 감싸둔 상태였다. 계단과 건물 입구 사이에 구조물이 들어섰는데, 이곳에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각종 조형물과 미디어 파사드 등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리틀 클라우드, 빅 위시즈(Little Cloud, Big Wishes)’를 테마로 영플라자 옥상에 ‘리틀 클라우드’ 11m의 대형 아트 풍선을 전시하고 외벽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였다.
이웃집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관련 작업이 한창이다. 소공동 본점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외벽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주변으로 수백 개의 조명 장비가 연결됐으며 작업을 위한 구조물들도 곳곳에 설치됐다. 지난해 ‘매지컬 홀리데이즈(Magical Holidays)’를 주제로 한 3분가량의 서커스 쇼 미디어 파사드로 명성을 날린 신세계는 11월 중순 그 결과물을 공개한다. 올해도 이동 인구가 적은 심야·새벽 시간 대에 테스트를 진행하며 공개 전까지 최대한 보안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의 지난해 연말 미디어 파사드는 화려한 한 편의 동화 같은 비주얼에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람객을 불러 모았다. ‘인증샷 성지’로도 부각되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롯데·신세계 백화점 본점은 내·외국인이 몰리는 ‘명동 상권’에 자리한 만큼 연말 나들이객을 겨냥한 겨울 장식 경쟁을 오래 전부터 펼쳐 왔다. 1990년대까지는 대형 소나무를 이용한 전통적인 트리와 조명이 주를 이뤘다면 SNS 확산에 따른 ‘인증샷’ 문화와 이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활발해진 2000년대 들어서는 선명한 색상과 다양한 장면 연출이 가능한 LED 활용이 많아졌다.
연말 특수를 겨냥한 유통가의 ‘볼거리' 경쟁은 올해 더욱 불꽃 튈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 맞는 첫 연말이기에 모객을 위한 마케팅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처럼 특정 브랜드와의 단순한 컬래버 시즌 이벤트나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로는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를 추구하는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대형 백화점들이 연말 VM을 연초부터 준비하거나 전담팀을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명동 비주얼 전쟁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예약 문의가 쇄도하는 곳이 있다. 바로 신세계 본점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알로프트 호텔 서울 명동점이다. 이 호텔의 2·3호 라인은 신세계의 미디어파사드를 룸에서 감상할 수 있어 ‘뷰 명당’으로 입소문을 탔다. 총 223개의 객실 중 감상이 가능한 룸이 20%에 불과해 미디어파사드가 진행되는 11~1월 객실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 호텔의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신세계뷰와 관련한 예약 문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어 “호텔 규정상 룸 배정이 체크인 당일 결정되기 때문에 작년에는 원하는 방에 들어가기 위해 체크인(오후 3시)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와서 기다리는 고객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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