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산업이 고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조 현장의 젊은 기술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기술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기술’ 중심의 경영 철학을 연이어 강조하면서 회장 취임을 앞두고 ‘뉴삼성’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해석이다.
이 부회장은 17일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 고양시 킨텍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찍부터 기술인의 길을 걷기로 한 젊은 인재들이 기술 혁명 시대의 챔피언이고 미래 기술 한국의 주역”이라며 “맨주먹이었던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젊은 기술 인재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폐막식 참석에 앞서 국가대표 선수단을 만나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이어진 폐막식에서는 수상 선수들에게 직접 메달을 걸어줬다. 이 부회장의 국제기능올림픽 현장 방문은 2009년 캐나다 캘거리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폐막식 이후 “기분이 너무 좋다. 금메달 5개를 땄는데 우리 산업 현장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젊은 사람들의 좋은 기회를 만들 곳에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반도체 부문의 연구개발(R&D) 등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열심히 해야죠”라고 짧게 답했다.
8월 복권 이후 현장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 부회장은 특히 ‘기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번 일정 또한 연내 회장에 취임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술을 중심으로 한 ‘이재용 철학’을 전하려는 게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기로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 기념일, 12월 사장단 정기 인사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기술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유럽 출장 이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언급했고 8월 복권 뒤에는 첫 공식 일정으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잇고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의지를 다졌다.
국제기능올림픽 또한 이 부회장이 과거 기술 경영 의지를 깨달은 계기가 됐던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상무 시절인 2006년 일본의 한 기업을 방문해 이곳 숙련 인력 다수가 국제기능올림픽 혹은 일본 내 기능 대회 수상자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삼성의 기술 관련 책임자에게 “우수 기술 인력이 우대받고 존경받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 이후 삼성은 16년째 국제기능올림픽을 후원하는 한편 14개 관계사에서 전국 기능경기대회 출전 인재를 총 1424명 특별 채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별 경기 침체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래의 활로를 기술에서 찾자는 의지를 거듭 내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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