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주가는 2021년 10월 700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흥행하며 구독자 성장과 주가 상승을 견인했고 넷플릭스의 미래는 밝아만 보였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뒤를 잇는 콘텐츠가 등장하지 못한 올 상반기, 넷플릭스의 주가는 162달러까지 떨어졌다. 지속해 성장을 이어오던 구독자 수는 상반기 120만 명의 순감소를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보였고 ‘OTT 업계 전체의 위기’라는 말까지 들려왔다.
위기에 봉착한 넷플릭스를 구원한 것은 다시 K콘텐츠였다. 3분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은 역대급 성적을 거두며 구독자를 끌어모았고 넷플릭스는 18일(현지 시간)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뒀다.
이날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을 통해 K콘텐츠가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우영우’가 역대 가장 많은 시청을 기록한 콘텐츠 목록에 포함됐다”며 “비영어 시리즈 부문 28개국 1위에 올랐고 4억 200만 시간의 시청 시간을 기록했는데 이는 공개 후 28일 동안 역대 여섯 번째로 많이 시청한 비영어 시리즈 기록”이라고 밝혔다.
‘수리남’도 1억 2800만 시간의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수리남의 성공은 또 하나의 위대한 K콘텐츠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을 듣지 못했던 카터도 6500만 시간의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넷플릭스는 “3분기 가장 크게 성공한 두 영화 중 하나”라며 “역대 아홉 번째로 성공한 비영어권 넷플릭스 영화”라고 설명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비영어권 시리즈의 의존도가 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3분기 넷플릭스의 신규 유료 구독자 241만 명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규 구독자는 140만 명이다. 반면 미주 구독자는 10만 명, 중남미 구독자는 31만 명 증가에 그쳤다. 넷플릭스 부진 탈출에 K콘텐츠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얘기다. 아시아태평양 매출은 전년 대비 19% 늘었지만 미주 지역 매출은 11% 증가했다.
제작 ‘가성비’ 또한 훌륭하다. 영국 왕실을 다룬 시리즈인 ‘더 크라운’의 회당 제작비가 1300만 달러(185억 원) 수준인 데 반해 ‘오징어 게임’의 회당 제작비는 약 240만 달러(34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타 글로벌 OTT가 엄청난 투자 규모에도 적자를 보고 있지만 자신들은 흑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타 OTT가 가성비 좋은 K콘텐츠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K콘텐츠 영역에서 넷플릭스를 따라갈 OTT를 찾기는 어렵다. 10월 10~16일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톱 10에 이름을 올린 K콘텐츠는 절반인 5편이나 된다. 그러나 같은 기간 디즈니+와 파라마운트+의 목록에서 K콘텐츠는 찾을 수 없다.
지금까지 K콘텐츠에 1조 원을 투자해 기대 이상의 성공을 맛본 넷플릭스는 그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5월 제작 시설·기술 등 인프라에만 1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콘텐츠 라인업 공개도 계속되고 있다. ‘더 패뷸러스’ ‘썸바디’ 등 신작과 함께 인기작 ‘오징어 게임’ ‘스위트홈’ ‘D.P.’ 등의 차기 시즌이 계속 제작된다. 예능 또한 투자를 확대해 ‘코리아 넘버원’ 등 신작을 선보인다.
이날 공개된 넷플릭스 3분기 매출은 79억 3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78억 37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3.10달러로 월가 기대치를 45% 뛰어넘었다. 호실적에 장중 1.73% 하락한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14.38% 급등해 275.50달러로 마감했다.
넷플릭스는 향후 실적 가이던스도 긍정적으로 발표했다. 4분기 450만 명에 이르는 신규 구독자를 유치할 것으로 전망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K콘텐츠 투자와 작품 라인업이 넷플릭스의 지속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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