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뼈대인 부품 회사들이 대규모 인력 이탈로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생산 인력의 20~30%를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마저 추수기를 맞은 농촌이나 대형 반도체 건설 현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조선 업종에 이어 ‘인력 엑소더스’가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가을철 농번기를 맞아 자동차 부품 회사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농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품사 생산직 월급(최저임금)은 200만 원가량인데 농촌 일자리 일당은 15만 원(월 300만~400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부품 업계는 매출액 1000억 원 미만인 중소 부품사 생산 인력의 30% 정도를 외국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추수기를 맞은 농촌에서 부품사의 외국인 생산 근로자들을 쓸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농가에서는 중개 업체를 통해 일당 15만 원의 파격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전남 소재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 대표는 “지난주에도 생산 인력 2명이 다른 지역 농가에서 돈을 더 준다면서 회사를 떠났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은 돈을 벌려고 한국에 왔기 때문에 임금 경쟁에서 밀리면 농촌에 일손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경기도 평택 공장 주변에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리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시설 보안을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지만 주변에 각종 부대시설이 들어서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력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 종사자는 2019년 35만 4908명에서 2020년 34만 8202명, 2021년 34만 6540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비율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1.5%로 상승했고 이직률은 같은 기간 2.4%에서 3.0%로 올랐다.
이항구 호서대 기계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차 부품사들의 경영 성과는 최악이며 미래차로 전환도 못하고 있다”며 “요즘은 사람도 없고 돈도 없다. 연말로 갈수록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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