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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의 삼각지대에 빠진 韓경제…정책 대응 복잡해 리더십 중요"

[위기와 싸웠던 전직 관료들의 고언]

성장·인플레·국제수지 충돌 복합위기

물가 잡는데 정책 최우선 두고

정부 신속·과감한 대응 필요

정치권 위기극복 공조도 절실

자금시장 경색은 '일시적 발작'

한은 금리인상 기조 지속돼야





“지금 한국 경제는 물가와 성장, 국제수지가 서로 충돌하는 ‘마의 삼각지대’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국 경제가 마주한 상황을 두고 이렇게 진단했다. “물가를 잡으려고 하면 성장이 멈추고, 성장에 치중하면 물가가 오른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국제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총체적 위기”라는 게 윤 전 장관의 진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 사령탑에 올라 사태를 수습했던 그지만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누가 경제 수장으로 오더라도 한번에 문제를 해결할 묘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윤 전 장관과 함께 경제위기를 극복해온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과 최종구 법무법인 화우 고문(전 금융위원장) 등 전직 금융 당국 수장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3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지금은 물가와 경기, 수출 위기가 동시에 겹친 복합 위기 상황”이라며 “당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물가 안정과 같은 정책 우선순위를 정한 뒤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직 경제 관료들은 정책 당국이 다뤄야 할 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첫손에 꼽았다. 물가를 잡지 못한 채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면 되레 물가를 더 자극해 경기회복 동력을 떨어뜨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불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이사장은 “물가를 못 잡으면 다른 정책 효과는 반감되고 취약 계층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물가 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돼야 한다고 봤다.



최 고문도 “최근 들어 물가 불안이나 환율 상승세가 약간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예고된 상태”라며 “지금 시점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꾸는 것은 자칫 외자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불거진 레고랜드발 자금 시장 경색 사태에 대해서는 ‘일시적 발작’이라고 진단했다. 최 고문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던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가 빌미를 제공하면서 일종의 발작이 일어난 것”이라며 “고질병이 깊어져 발생한 시스템 문제가 아닌 만큼 추가 쇼크가 없다면 정부 조치로 이내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정부는 강원도 레고랜드의 채무 불이행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자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불거질 수 있지만 당국이 그에 맞춰 자금을 공급하는 ‘핀포인트’ 요법으로 대처하면 전체 금융시장으로의 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부처 간 긴밀한 정책 조율을 통해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전 이사장은 “레고랜드 사태는 현재 금융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크게 반응할 정도로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라는 방증”이라며 “위기 대응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초동 대처로 시장 안정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정책 신뢰도를 함께 높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책 당국과 정치권의 공조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윤 전 장관은 “정부와 정치권이 서로 등을 지면서 위기를 극복할 리더십이 사라졌다”며 “민간의 활력을 돋우려면 감세가 필요한데 정부가 내놓은 감세안이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최 고문도 “민간의 소비 여력 회복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감세가 필요하다”면서 “결국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전 이사장은 “위기 상황에서 정치권이 특정 이슈를 정쟁 수단으로 삼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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