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한국 수출이 올해 9월까지 168억 달러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초엔저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분석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한국과 가장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이 ‘초엔저’로 수출 증가 효과를 보면서 이로 인한 반사 영향이 미쳤다는 설명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4분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올해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추세다. 환율이 오르면 해당 통화로 표기된 수출상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내려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 지난해 동기 대비 엔·달러 환율 상승률은 올해 3분기 상승률이 25.5%에 달할 정도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올해 1~3분기 평균 상승률은 17.9%다.
한경연은 2005년 1분기~2022년 3분기까지 분기별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엔·달러 환율이 1%포인트 상승(엔화 1%포인트 절하)하면 한국 수출가격은 0.41%포인트 하락하고 수출물량은 0.20%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출금액 증가율은 0.6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3분기 원·달러 환율 상승률도 평균 12.05%로 높았지만 엔화에 비해서는 5.86%포인트 낮았다. 이를 감안해 계산하면 엔·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9월까지 한국 수출 감소액 추정치는 168억 달러다. 이는 9월 누적 무역적자 288억 9000만 달러의 58.2%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경연은 국가별 수출구조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제조업 수출경합도’에서 한국과 일본 간 경합도(69.2)가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았다며 이를 근거로 초엔저가 국내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초엔저 현상은 원자재 등 수입액을 증가시켜 무역적자를 심화하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의 올해 1~9월 중 무역규모 대비 무역적자 비율은 9.1%로 한국 2.7%의 세 배 이상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초엔저 양상이 심화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수출국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고 일본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며 “초엔저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국제공조 노력과 함께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 등 수출지원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라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