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이 끊기면서 올 3분기 저소득층의 명목 소득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체 가구의 실질소득도 전년보다 2.8% 줄어 13년 만에 최대 폭 감소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월 113만 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 감소했다. 계층별로 나눠보면 소득이 감소한 계층은 1분위가 유일했다. 특히 가장 부유한 5분위 가구의 소득은 3.7%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1분위 가구에 비해 5분위 가구가 몇 배나 더 버는지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75배로 1년 전(5.34배)보다 커졌다. 1분위는 전체 소득에서 이전소득(국가로부터 받는 각종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지난해 이맘때 지급된 코로나 상생지원지원금과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등 일회성 지원금이 중단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전체 가구당 평균 소득은 월 486만 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3% 늘었다. 다만 물가 상승 요인을 걷어내면 소득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실질소득은 2.8% 감소했는데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2분기(-3.1%) 이후 5분기 만이다. 감소 폭도 13년 만에 최대다.
소득 증가율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이유는 정부 지원금이 줄어든 영향이다. 국가로부터 받는 각종 지원금을 의미하는 이전수지를 보면 명목 소득 기준으로 전년보다 18.8% 줄었다. 그나마 고용시장 훈풍 덕에 근로소득이 전년보다 5.4% 늘면서 이전소득 감소분을 일부 만회했다. 사업소득도 12%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지출은 월 270만 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6.2% 증가했다. 다만 물가 요인을 배제한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전반적인 가계 씀씀이는 사실상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른 탓에 실제 나가는 돈은 더 늘어났다는 의미다.
들어온 돈보다 쓴 돈이 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의 지갑은 더 얇아졌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제외한 가계 흑자액은 114만 8000원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이 감소한 것은 2021년 2분기(-13.7%) 이후 5분기 만이다. 고금리에 이자 비용도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3분기 이자 지출은 전년보다 19.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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