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이달 말부터 유럽과 일본, 미국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글로벌 경영 보폭을 더욱 넓힌다. 부산엑스포유치지원 민간위원장과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으로서 수행하는 일정이지만 SK그룹의 회장인 만큼 이번 해외 출장 중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경우 SK그룹이 강조하는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산업의 주요 파트너국인 만큼 관련 일정을 함께 조율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 28~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3차 총회에 참석한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지원회 공동위원장 겸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이번 3차 총회에서 개최되는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총괄하고 있다. 올 6월 있었던 2차 PT에도 최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다음 달 초에는 최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최종현학술원 주최 포럼 행사가 일본과 미국에서 잇따라 열린다. 최 회장은 이 행사들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정까지 포함하면 최 회장은 올해에만 일본과 미국을 각각 세번씩 방문한 것이 된다. 12월 1~2일 일본 도쿄대와 최종현학술원이 매년 공동으로 주최하는 ‘도쿄포럼 2022’에서는 최 회장의 개회 연설이 예정됐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최 회장 외에도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과 반기문 제8대 유엔(UN) 사무총장, 폴 알리비사토스 미국 시카코대 총장 등이 연설을 한다.
최 회장은 같은 달 5~7일 미국 워싱턴D.C. 근교에서 개최되는 ‘제2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일정도 소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 막을 연 TPD는 최 회장이 수년간 구상한 끝에 출범시킨 집단지성 플랫폼으로,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 재계 인사 등이 태평양·동북아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해법을 찾는 포럼이다. 지난해 열린 제1회 TPD에서 최 회장은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 지면서 한·미·일 3국은 많은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인도태평양 주변국의 총체적 마찰, 북한의 비핵화 문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SK그룹이 미국에서 향후 4년간 400억 달러(약 47조원)를 투자하는 등 탄소 저감에도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이번 출장을 겸해 SK그룹 내 계열사의 사업장을 둘러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의 미국 출장이 예정된 내달 초께 미국 테네시·켄터키주에 들어서는 SK그룹 배터리계열사 SK온과 포드의 배터리합작법인 ‘블루오벌SK’ 배터리1공장의 착공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 회장의 배터리 공장 방문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구광모 LG 회장도 지난달 미국 출장 중 오하이오주의 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1공장을 찾은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