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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더 줄께" 퇴직연금 커닝공시…금융당국, 칼 뺐다

연말 '머니무브' 우려 커지자

상품 만기·금리 매달 공시 등

퇴직연금 과당경쟁 방지 나서





금융 당국이 퇴직연금 사업자·비사업자의 과도한 금리 경쟁 자제와 예기치 않은 자금 유출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지침을 내렸다. 비사업자의 ‘커닝 공시’도 규제한다. 올 연말 퇴직연금발(發) 대규모 머니무브로 채권시장이 재차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자 예방책을 내놓은 것이다.

23일 금융 당국과 금투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2일 오전 퇴직연금 사업자 48개사 및 비사업자를 포함한 총 90여 개사에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상품 제공 운용 금리 공시 관련 유의 사항 통보’라는 제목의 행정지도 공문을 보냈다.

행정지도에는 총 다섯 가지 사항이 담겼다.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상품 제공사는 12월 금리 결정 시 공정 경쟁 질서 유지에 협력할 것 △예기치 않은 자금 유출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할 것 △퇴직연금 사업자는 특정 상품 제공 기관을 비방하는 등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하지 말 것 △퇴직연금 사업자와 비사업자는 모두 원리금 보장 상품의 만기와 금리를 매월 1일의 4영업일 전 오후 4시까지 송부할 것(12월 적용 금리는 25일까지) △퇴직연금 사업자는 자사 및 타사의 원리금 보장 상품의 만기와 금리를 매월 1일의 3영업일 전 오후 5시까지 공시할 것(공시 후 수정·추가 불가)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 조치는 감독 규정 개정 작업을 밟아야 하는 건이지만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행정지도로 선시행한 다음 내년 초 감독 규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지도는 퇴직연금발 연말 머니무브를 막기 위해 내려졌다. ‘커닝 공시’를 막기 위한 조치가 핵심으로 꼽힌다. 그간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다음 달 상품 출시를 앞두고 원리금 보장 상품의 만기와 금리를 공시했다. 공시 마감 기한은 다음 달 1일의 4영업일 전이었다. 반면 비사업자는 이 같은 의무가 없었다. 이 때문에 비사업자가 사업자의 공시 금리를 본 후 이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빼앗아 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조치로 퇴직연금 사업자와 비사업자는 매달 1일의 3영업일 전까지 금감원에 다음 달 판매할 원리금 보장 상품의 만기와 금리를 알리게 됐다.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적립금은 지난해 228조 1000억 원에서 올해 255조 4000억 원으로 11.97% 증가했다. 2020~2021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연간 수익률은 각각 1.68%, 1.35%에 불과했다. 사업자와 비사업자 간 금리 격차도 미미했다. 그러나 올 들어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한 달 사이 금리가 50bp(1bp=0.01%포인트)씩 껑충 뛰면서 11월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약정 금리는 5.10~5.65%, 비사업자는 6.60~7.15%까지 뛰었다. 사업자와 비사업자 간 금리 격차도 적게는 1%포인트에서 크게는 2%포인트까지 나게 됐다.

특히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가 연 5% 이상으로 치솟으며 보험 업계의 퇴직연금 이탈 우려가 커졌다. 보험 업계 대부분은 이율 보증형 상품을 통해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의 이율 보증형 상품은 국공채로 운영된다. 재예치가 안 될 경우 보험사는 국공채를 매도해야 한다. 경색된 채권시장에 보험사까지 나서 국공채를 매도할 경우 자금 시장이 급속히 냉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에도 금리 경쟁이 재차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 업계의 한 퇴직연금 담당자는 “보험 업계를 중심으로 금리를 높여 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가 워낙 높아 지난해 정도의 재예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뺏기는 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높여 제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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