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인 제조업이 부진하면서 10월 산업생산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4월(-1.8%) 이후 가장 큰 폭인 1.5%(전월 대비) 감소했고 소비도 두 달째 줄었다.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 대외무역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급격히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미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11월부터는 화물연대 파업 등 내부 돌발 악재가 주요 경제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리 경제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산업생산(농림어업 제외)은 전월 대비 1.5% 줄어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생산이 4개월 연속 떨어진 것은 2020년 1~5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만큼 혹한기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업종별로 보면 기계장비가 7.9%, 자동차 생산이 7.3%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경기 부진에 반도체 조립 장비와 웨이퍼 가공 장비 등의 생산이 감소했고 경승용차와 대형 버스 등 완성차 생산도 줄었다”며 “경기 회복 내지 개선 흐름이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제조업 강국이라는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1.4% 줄었지만 10월 제조업 가동률은 72.4%로 2020년 8월(70.4%)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들이 재고 소진에 급급했다는 의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경기 둔화세가 본격화하고 반도체 경기도 악화해 투자와 수출 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며 “기업 심리를 얼어붙게 할 악재가 산적하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대목은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다. 경기 둔화로 수출은 감소하고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한 중국산 저가 칩 수입은 늘어나는 탓이다. 이날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누적 메모리반도체 수입액은 181억 2161만 달러다. 이 추세라면 사상 처음으로 메모리 수입이 2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10월까지 수출액은 549억 3993만 달러로 월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올해 약 660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내 완제품 중 저가 메모리 제품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저가 제품까지 모두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이 가격 우위를 기반으로 중장기적 측면에서 첨단 공정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던 소비마저 확연히 나빠진 것도 부담이다.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줄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서비스업 생산마저 같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0.8% 떨어져 9월(-0.2%)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 이후 불붙었던 서비스 소비마저 사그라들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대면 서비스 소비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은 전월 대비 1.4% 줄어 감소세로 전환했고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생산 역시 1.4% 떨어져 두 달 연속 줄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이태원 참사 영향과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 금리 상승 등 소비를 둘러싼 리스크 요인이 존재한다”며 “내수 회복 강도가 제약되며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나마 설비 투자 증감률은 전월과 같아 트리플(생산·소비·투자) 감소는 피했다.
어 심의관은 “수출과 제조업 경기는 중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안정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며 “소비 중심으로 내수가 (경기) 회복 내지 개선 흐름을 유지해낼지 여부도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경기는 전망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3만 명을 넘어서는 실정이다. 고강도 봉쇄에 반발하는 항의 시위로 불안정성마저 커져 내년 경기 반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소비 역시 전망이 좋지 않다. 고물가 장기화와 고금리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로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에 노조 파업 등 내부 악재까지 겹쳐 우리 경제가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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