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8곳은 정부의 순환경제 정책 목표 달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활용 등을 통해 자원 이용 가치를 극대화하자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보다 정책 목표가 너무 앞서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4개 사를 대상으로 ‘기업의 순환경제 추진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86.2%가 순환경제 정책 목표 달성에 부담을 느끼는 것(다소 부담 73.4%, 매우 부담 12.8%)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순환경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등을 통해 자원의 이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친환경 경제모델이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이행을 앞두고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세부 목표를 설정했다. 폐기물 재활용률 90% 이상,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2030년 30%),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2027년) 등이다.
순환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기업 동참이 필요하다’(51.0%), ‘신사업·경쟁력 강화 기회’(8.9%) 등 긍정적 응답이 59.9%로 높았다. 다만 ‘정부와 시민의 역할이 기업보다 우선돼야 한다’(20.7%), ‘과도한 규제로 기업활동이 저해될까 우려된다’(19.4%) 등 부정적 응답도 40.1%로 만만치 않았다.
응답 기업의 대부분인 93.4%는 순환경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 유형(복수 응답)으로는 폐기물 감량, 재활용 체계 마련 등 사업장 관리가 6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품 수명 연장·중고부품 재생 등 재사용(24.3%), 폐자원 재활용(16.4%), 대체 소재 사용 등 친환경제품 개발(15.4%), 제품 공유·서비스(2.4%) 등 순으로 응답했다.
순환경제 사업의 어려움으로는 ‘양질의 폐자원 확보 어려움’(29.3%)을 가장 많이 언급했고 이어 재활용·대체 소재·기술 부족(27.0%), 재활용 기준 미비(17.1%), 불합리한 규제·제도(14.8%), 재활용 제품 판매·수요처 부족(7.2%), 인센티브 부족(4.3%) 등이 뒤를 이었다.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규제 합리화’(27.0%), ‘정부 주도의 재활용 대체기술 연구개발(R&D) 추진’(20.4%), ‘폐기물 수거·선별 인프라 개선’(18.7%), ‘재활용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17.8%) 등을 꼽았다.
R&D 지원이 가장 필요한 기술로는 ‘소재화 재활용 기술’(36.3%), ‘재사용 기술’(23.4%), ‘폐자원 선별 자동화 기술’(18.2%), ‘불순물 제거를 위한 후처리 기술’(15.8%), ‘에코디자인·대체재 기술’(6.0%) 순으로 응답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향후 10년 내 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재활용 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과감하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규제 합리화와 기술개발, 폐자원 확보 인프라가 시급하다”며 “기업들이 정부의 순환경제 정책에 동참의지가 높지만 목표달성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순환경제 사업에 대한 환경성과를 측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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