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구마다 짊어진 부채가 9000만 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빚을 내 집이나 주식을 사는 젊은 층이 늘면서 20대의 대출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7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가 9000만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2만여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매년 한 차례씩 이뤄진다.
특히 29세 이하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5014만 원으로 전년 대비 41.2% 증가했다. 전체 평균 부채 증가율에 견주면 20대 빚이 열 배는 더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20대 다음으로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50대(6.8%)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20대 부채가 급증한 것은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많이 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청년 부채의 대부분은 은행에서 빚을 끌어온 금융 부채(4577만 원)로 지난해보다 35.4% 늘었다. 임대보증금은 437만 원으로 증가율이 158.6%에 달했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9세 이하의 경우 금융 부채를 얻어서 전세 등 보증금을 끼고 집을 매매한 몇 가구가 발견됐다”며 “이러한 특성이 증가율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부채가 늘면서 20대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 29세 이하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7.9%포인트 늘어난 37.1%를 기록했다.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저축액 대비 금융 부채 비율은 한 해 전보다 62.5%포인트 급증한 197.9%를 기록했다. 은행에 빌린 돈이 예금해둔 돈의 두 배라는 의미다. 조사 시점인 3월 이후 여섯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청년층이 느끼는 실제 부담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금리 상승 및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지속 등으로 현재 체감하는 경기 상황과 조사 결과가 상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96배로 전년보다 0.11배 포인트 증가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를 비교한 지표로 값이 클수록 불평등이 커졌다는 의미다.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같은 기간 0.331에서 0.333으로 악화했다. 지난해 저소득층에 지급된 코로나19 지원금이 다소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임 과장은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지원금이 저소득층 추가 지원에 많이 이뤄졌는데 올해는 소상공인이나 소기업 중심으로 지원 대상이 변경돼 저소득층 지원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가구의 평균 소득은 6414만 원으로 전년 대비 289만 원(4.7%) 증가했다. 세금이나 사회보험 등으로 쓰는 비소비지출은 평균 1185만 원으로 전년 대비 62만 원(5.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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