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며 회장 취임 이후 첫 중동 순방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UAE 아부다비를 찾은 뒤 1년 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이어 중동에서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취임 이후 정상급 인사와의 회동을 이어가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UAE 아부다비 방문을 위해 이날 출국했다. 이 회장의 UAE 방문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초 아부다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당시 왕세자)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올해 5월 UAE 대통령에 선출됐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방문 때도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2월에도 이 회장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아부다비와 삼성전자(005930) 화성사업장을 교차 방문하는 등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5월 세상을 떠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전 UAE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할리파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형이다.
이 회장은 일찍이 중동에서의 신(新)사업 발굴에 주목해왔다. 2019년 6월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중동 지역 국가의 미래 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협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 기존 틀을 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석유 의존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들의 행보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출장에서도 중동 현지 상황을 직접 점검하며 인공지능(AI), 5세대(5G), 메타버스 등 미래 먹거리 분야 외에 삼성물산(028260)·삼성엔지니어링(028050) 등 건설 계열사들이 중동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물산의 두바이 부르즈칼리파 시공 참여, 삼성엔지니어링의 정유 플랜트 사업 등을 통해 UAE와 협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부다비는 180억 달러(약 23조 원)를 투자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마스다르 시티’를 세우고 있다. 이곳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스마트에너지 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달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면담한 데 대해서도 삼성의 중동 사업에 힘을 실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기술 기반의 공동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대 규모 신도시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주요국 정상급 인사를 잇따라 만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빈 살만 왕세자 외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과 회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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