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R&D) 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줄어들며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사 합산 영업이익이 4조 원을 돌파하고, 올해는 4조5000억 원을 겨냥하는 가운데 R&D 투자는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사 중 R&D 투자가 늘어난 회사는 LG유플러스가 유일해, 매출 대비 R&D 비중에서 2위에 올랐다. 5세대 이동통신(5G) 보급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통신사들이 R&D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6일 통신 3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통신사 R&D 비용 총합은 515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40억 원보다 1.6% 줄었다. 각 기업별로는 SK텔레콤 2652억 원, KT 1548억 원, LG유플러스 9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통신사 R&D 비용 추이에서는 예년과 다른 양상이 확인된다. 절대적인 R&D 금액은 이동통신 점유율 순위에 따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는 R&D 금액이 예년 대비 감소 중인 반면 LG유플러스는 늘고 있다. 2020년 3분기까지 누적 R&D 비용은 SK텔레콤 3248억 원, KT 1845억 원, LG유플러스 527억 원이었다. 2021년 3분기 누적으로는 각각 3090억 원, 1596억 원, 553억 원이었다. 2년 사이 SK텔레콤과 KT R&D 비용은 각각 18.3%, 16% 줄어들었지만 LG유플러스는 81.2% 대폭 증가하며 격차가 좁혀졌다.
이에 따라 매출 대비 R&D 비중에서도 LG유플러스가 약진하고 있다. 연결매출 대비 R&D 비중은 2020년 3분기까지 SK텔레콤 2.36%, KT 0.67%, LG유플러스 0.47%였지만 올 3분기 누적으로는 각각 2.05%, 0.64%, 0.92%가 됐다. LG유플러스가 2위가 된 것이다.
업계는 최근 플랫폼 기업 전환을 선언한 LG유플러스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9월 ‘U+ 3.0’을 선언하고 4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구독 등 신사업을 토대로 2027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 40%, 기업가치 1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가 통신업계에서 탈(脫)통신 후발주자인 만큼, 뒤늦게 R&D 패달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일찌감치 비 통신 신사업 비중을 높이고 관련 R&D 투자를 지속해온 반면, LG유플러스는 그간 기존 통신업에 안주해 와 투자를 급속히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SK텔레콤·KT와 LG유플러스의 절대적인 R&D 투자액 차이가 크다”며 “연구 성과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 만큼 그간 쌓인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이고 꾸준한 집행이 필수”라고 했다.
통신 3사 총 R&D 비중이 감소한 데 대해서는 차가운 비판도 이어진다. 통신사들이 5G 보급으로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지속적인 R&D 투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통신사 설비투자(CAPEX)도 5G 도입 이후 꾸준히 감소세다. 5G가 도입 된 2019년 통신 3사 총 설비투자액은 9조5976억 원이었지만 2020년 8조2758억 원, 2021년 8조2024억 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5G 속도, 28㎓ 투자 미비, 인터넷 품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사 투자는 줄고 수익은 늘고 있다”며 “차가운 국민 여론을 돌리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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