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이번 기업공개(IPO) 개선안에 증권시장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특히 IPO 제도의 전 단계를 뜯어고친 점이 눈에 띈다. 적정 공모가 범위(밴드) 설정부터 기관의 ‘뻥튀기 청약’ 관행 개선을 위한 제재 근거 도입, 공모주 상장 당일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되고 장중 상한가 기록), 따따상(따상 이튿날 상한가)에 따른 물량 잠김 현상 해결까지 IPO의 A부터 Z까지 전 단계를 손봤다.
당국은 공모주가 상장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적정 가격으로 거래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금융위 관계자는 “IPO는 비상장 혁신 기업이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첫 관문으로 공모 시장에서 적정 가격을 조속히 발견, 적정 가치로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 제도의 일부 문제로 적정 가격 발견이 지연됐다”고 평가했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 기관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초부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 증시가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논의를 지속해 왔다. 올해 6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선진국지수(MSCI)에서 또 다시 탈락한 후 지난달 말 개선점을 찾기 위한 공청회도 진행, 첫 번째 결과물로 IPO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공모주의 적정 가격 발견이 늦어지는 문제는 크게 세 단계에서 발생했다. 첫째, IPO 공모가 밴드 및 공모가 확정 단계다. 주관사는 공모가 밴드를 정하기 위해 사전에 시장 수요 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행 자본시장법은 이를 금지했다. 금융위는 주관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제한을 풀기로 했다. 또 기관 수요예측 기간은 기존 관행적으로 이틀만 진행했던 것을 연장(예시 7일 내외)해 적정 공모가를 찾을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줄 계획이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개정 사항으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대형 IPO가 있을 때마다 뜨거운 감자였던 ‘뻥튀기 청약’도 개선된다. 자율 기준에 맞춰 청약을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당국이 강하게 처벌한다는 게 골자다. 주관사는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주식 대금을 낼 능력이 있는지 자체 기준에 따라 확인한 후 공모주 물량을 배정해야 한다. 만약 확인을 게을리할 경우 금감원 검사를 통해 업무정지 등 제재를 당하게 된다.
허수성 청약을 한 기관은 주관사에 의해 배정 물량 대폭 축소, 향후 수요예측 참여 제한 등 페널티를 받는다. 또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를 기재하지 않은 기관은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다. 금융위는 내년 4월 금융투자업규정 및 협회규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상·따따상도 내년 상반기에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상장 당일 공모가 기준의 가격 변동 폭을 현행 63~260%에서 60~400%로 확대하면서다. 9시 상장 직후 따상 가격에 매수 주문이 쌓이고 이로 인해 다음날 상한가에 직행하는 따따상이 발생해왔다. 하지만 공모가 대비 400%(5배)까지 상단을 열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적정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 의무 보유 확약 기간에 따른 물량 차등 배정 조치가 내년 하반기께 시행되고 기관의 공모주 매도 내역을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가칭 IPO 단기 차익 거래 추적 시스템) 구축 등이 검토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공모주 상장 당일 가격 변동 폭 확대 외에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가격 변동 폭 확대는 따상에 따른 시초가 왜곡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기관의 공모주 주문은 수요예측 마지막 날 마감 두 시간 전 집중된다는 점에서 수요예측 기간 연장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변동 폭 확대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변동 폭을 400%까지 늘리면 이튿날 하락할 때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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