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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복도 절반 불 꺼…삼성전자마저 '마른수건' 짠다

[허리띠 졸라매는 기업들]

공장 운영 비용 절감 공모전에

일부 제조 라인 중단 등 고육책

희망퇴직·무급휴가 등도 추진

경기지표 악화에 생존 몸부림

"규제 해소로 기업 숨통 터줘야"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수원·광주·구미 사업장의 복도 전등 절반을 꺼놓았다.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실내 온도를 최대 5도가량 낮춘 사업장도 등장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경비 절감 노력은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한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윤 창출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제조 라인 중단 검토·인력을 감축하는 등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서고 있다. 사업장 복도의 전등을 절반 가까이 끄며 긴축에 나선 삼성전자는 최근 120명의 지역 전문가 파견을 취소했다.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비상경영에 돌입한 회사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또 다른 국내 전자 회사인 B사도 공장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하면서 고육지책 마련에 한창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인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 공장 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 라인 중 하나인 OP1 가동률을 조정하기로 했다.

운영 비용 절감은 물론 인력 감축으로 인건비를 줄여보려는 기업들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유통 업계에서 인원 감축 바람이 거세다. 롯데면세점은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한 롯데하이마트는 하반기 실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또다시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 매장 수를 줄여나가면서 향후 추가 감원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LG전자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 역시 희망자를 대상으로 근속 연차에 따라 기본급 4~35개월 치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제조 업계에서도 인건비 삭감에 나선 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 구조 재편과 인력 운영 효율화 방침에 따라 일부 인원을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고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3~7개월씩 한시 자율 휴직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금융 업계에서는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우리은행·NH농협은행·수협은행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만 40세(1982년생) 직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거의 2400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몸을 움츠리고 비용 절감에 나서는 것은 올해 하반기 업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외부감사 대상 법인 기업 2만 1042곳 중 3907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기업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17.5% 증가하는 데 그쳐 2분기(20.5%)보다 성장세가 둔화했다. 내년 시장 분위기는 더욱 암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 지표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업종에 속한 업체 1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수출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겨우 평균 0.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1.9%), 석유화학제품(-0.5%) 등이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만큼 정부도 규제 해소와 각종 지원책으로 산업계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수출 증가세가 정체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는 원자재 수입 관련 세제 지원 확대 등의 조치를 해야 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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