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올 들어 전기료는 전년보다 18% 가까이 올랐는데 내년부터는 인상폭을 더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물가를 잡겠다며 요금을 억눌러왔지만 그사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21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26년까지 전기료를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는 별도 기준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전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당장 내년 전기요금을 kWh 당 51.6원 올려야 한다. 올해 인상분(kWh 당 19.3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한전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수준으로 전기료를 묶어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적자가 축소되면 한전채 발행 규모도 큰 폭으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요금인상을 통해 4년 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미수금은 연료 매입 단가보다 판매 단가인 가스요금보다 낮아 발생한 손실로, 가스공사의 올해 미수금은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도 인하폭을 점차 줄여갈 계획이다. 올 초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부는 7월 유류세 인하폭을 역대 최대치인 37%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정부는 상 하수도 요금이나 쓰레기 봉투값, 시내버스 요금 등 이른바 ‘지방 요금’은 가능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요금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가격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요금 인상 허용’ 시그널을 보낼 경우 요금이 지나치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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