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들이 콘솔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고 있지만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스마일게이트, 넥슨 등이 혹평 세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최대 기대작이었던 크래프톤 ‘칼리스토 프로토콜’ 마저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국내 게임사들이 성공적으로 콘솔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할 ‘대작’들을 반드시 흥행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12월 셋째주(12월 13일~20일) 주간 매출 95위를 기록했다. 게임이 발매된 지난 12월 첫째주(5위) 대비 90계단이나 주저앉았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크래프톤이 지난해 인수한 북미 게임 스튜디오 ‘스트라이킹디스턴스스튜디오(SDS)’에서 만든 작품이다. 유명 호러게임 ‘데드스페이스’ 제작자 글렌 스코필드의 후속작으로 주목 받으며 사전 예약 판매만으로 스팀 글로벌 매출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콘솔 패키지 CD의 배송이 지연된 데 이어, 출시 직후 PC·엑스박스(Xbox) 최적화 미흡 문제가 터지며 여론이 악화됐다. 사측이 발빠르게 사후 대응에 나서긴 했지만 유명 게임 평점 사이트인 ‘메타크리틱’ 평점은 69점까지 하락했다.
타 게임사들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2월 엑스박스 독점작으로 출시한 ‘크로스파이어X’는 출시 초반 부실한 완성도로 혹평받자 PD가 사과문을 게재하기까지 했다. 이 게임은 메타크리틱 평점 38점으로 사이트 선정 올해 최악의 게임 2위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넥슨이 6월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지식재산권(IP) 기반 콘솔 격투게임 ‘DNF Duel’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잇단 버그로 인해 이용자가 빠르게 이탈했다. 현재 스팀 이용자 수는 두자릿수에 불과해 최고 기록(1만2331명) 대비 턱없이 초라한 수준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북미·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콘솔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모바일·PC온라인 위주인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중국 시장도 사실상 봉쇄된 상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주력이던 PC·모바일과 콘솔 게임의 문법이 완전히 달라 국내 게임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사실상 스토리랄게 없는 국내 게임과 달리 콘솔게임은 완결도 높은 서사, 매력적인 캐릭터 등을 요구한다”며 “국내 게임사가 그동안 치중해 온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사업모델도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플레이스테이션(PS), Xbox 등 하드웨어사에서 요구하는 보안·그래픽 등의 스펙을 맞춰야 해 개발 자체도 PC, 모바일에 비해 까다로운데 관련 경험이 있는 인력은 태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게임사는 아예 외국 콘솔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지분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심 끝에 인수한 뒤에도 기존 정예 멤버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피인수사의 기량이 확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콘솔 초기작들의 부진 속에서 기대감은 내년으로 옮겨간 상황이다. 내년부터 엔씨소프트 'TL', 넥슨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네오위즈 ‘P의 거짓’,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등 수년간 담금질한 초대작들이 출시할 예정이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경우 국내 게임 최초로 소니 PS5 독점 계약을 맺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기대작들이 내년부터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면 국내 게임사들도 콘솔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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