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인도와의 관계가 업그레이드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인도의 글로벌 위상이 크게 올라간 데다 한·인도 수교도 50주년을 맞아 양국 간 협력의 여지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과거 인도 하면 잠재력은 있지만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제도적 완결성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미중 디커플링 속에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 시장으로서 인도의 위상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어요.”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9일 “인도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도 내부적으로 중동과 함께 인도를 공을 들일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인도가 미중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략적 처신으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인도 시장에서 지분을 늘려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경제에서 인도의 급부상은 눈에 띌 정도다. 중국을 제치고 14억 인구 대국으로 올라서는 인도는 올해까지 3년 연속 6%를 넘는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그 결과 소비 시장으로서의 매력도 커져 베트남·미국·홍콩에 이어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국 4위(100억 달러, 2022년 기준)로 올라섰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우리로서는 인도 시장이 강력한 지렛대가 돼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는 외교적으로도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인도는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으로 불리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핵심 축이자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협력체인 ‘쿼드’ 가입국이다. 올해는 주요 20개국(G20), 상하이협력기구의 의장국도 맡는다. 이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그간 극심한 빈부격차와 낮은 인프라, 복잡한 규제, 일방통행식 외교로 시장 개척이 쉽지 않았던 인도가 이제는 부쩍 커진 존재감만큼 글로벌 경제에서 입김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임원은 “인도에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생산 공장이 늘어나면서 협력의 강도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정책적으로도 차이나 플러스 원 개념으로 인도와의 관계망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흥종 대외경제연구원장은 “(보호무역주의적인) 인도와 통상 협력을 강화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지만 디지털 등 신통상 의제를 협의하고 물류·공급망 측면에서도 협력할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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