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도 우리 경제가 무역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상순에도 수입은 좀체 줄지 않는 가운데 수출마저 전년 동기 대비 1%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이 모두 20% 넘게 급감한 영향이 컸다.
11일 관세청은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무역수지가 62억 7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달 월간 기준 무역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10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보게 된다. 무역적자가 10달 이상 이어진 적은 1997년 이후 25년간 없었다.
이달 무역적자를 키운 원인은 수출 부진이다. 수출은 138억 6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조업 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액은 같은 기간 14.1% 줄어 낙폭이 더 크다. 이달 말까지 반등하지 못하면 수출은 네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꺾인 점이다.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9.5%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뒤 다섯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D램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쌓이자 가격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철강(-12.8%)과 정밀 기기(-11.5%), 가전제품(-50.4%)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승용차와 선박 수출이 각각 51.7%, 10.4% 증가했다.
주요 제품 판매 부진은 중국 경기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대중(對中) 수출은 전년 대비 23.7% 감소했다. 중국의 경기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종합구매관리자지수(PMI)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 50.9에서 12월 47로 내려앉았다. 제2 교역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17% 늘기는 했지만 중국 수출 감소 폭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입액은 또다시 수출액을 웃돌았다. 수입은 201억 3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그간 수입액을 키운 원유(-6.5%)와 가스(-12.9%) 등이 감소했으나 반도체(9.5%)와 석탄(26.0%), 기계류(28.5%) 등 수입이 더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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