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의 중고 패션 커머스 플랫폼 포시마크 본사. 사무실 한쪽의 벽 앞에서 일종의 인플루언서인 ‘포시마크 앰배서더’ 두 명이 라이브 방송 ‘포시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근사해(Adorable)”, “훌륭해(Awesome)” 등 쉴틈 없이 이용자들과 소통하자 이를 모니터링하는 직원의 모니터에 하트가 쏟아졌다. 다른 한쪽 회의실에서는 여러 셔츠를 입어보며 회의를 하는 직원들이 보였다. 실리콘밸리에서 보기 드문 미드 속 패션 잡지 회사 같은 이 곳은 2011년 창업한 중고 패션 거래 플랫폼 회사로 최근 네이버가 글로벌 개인간 거래(C2C)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13억1000만 달러(1조6700억원) 규모에 인수해 화제를 낳았다.
미국인 4명 중 1명이 쓰고 밀레니얼 세대 여성의 90%가 이용하는 포시마크의 성공 비결은 중고 옷에 ‘취향’을 입혔다는 점이다. 보통 의류는 중고가 되는 순간 가치와 매력도가 떨어지지만 개인들끼리 취향을 소통하며 거래하게 하니 한철 지난 것 같은 중고 옷에도 생기가 돌았다. 네이버웹툰, 제페토에 이어 MZ세대 이용자 비율이 높은 커뮤니티를 찾던 네이버로서는 MZ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80%에 달하고 커뮤니티에 강점이 있는 포시마크가 탐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포시마크의 창업자 마니시 샨드라는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 듯 쉽게 내 클로짓(옷장)을 등록하게 하고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으면 팔로잉하고 교류하게 했다"며 "아마존, 이베이 같은 기업들이 커머스를 키운 뒤 소셜 기능을 강화하려고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이를 동시에 성장시켰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누구나 쉽게 셀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포시마크의 매력도를 더했다. 부업으로 월 몇백 달러(수십만원) 정도로 수익을 내는 ‘사이드 허슬러’ 유형의 셀러부터 월 수십만 달러(수억원)의 수익을 내는 기업가형 셀러까지 포시마크에서는 초기 자본금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 샨드라 창업자는 “결제, 배송, 풀필먼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 초기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다”며 “적은 규모로 시작해도 나중에 대규모 셀러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라는 핵심 기능으로 8000만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컸다면 앞으로는 네이버의 기술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포시마크의 핵심 기능인 라이브 방송 '포시쇼'는 네이버와의 기술 결합을 통해 새롭게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네이버가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스마트렌즈'를 활용해 원하는 제품 이미지를 찍어서 올리면 다른 이들의 옷장에서 비슷한 제품을 찾아주고 가격과 특징까지 노출시켜주는 취향 기반 추천 알고리즘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중고 패션 플랫폼 1위로 성장한 미국과 달리 캐나다(2019년 진출), 인도, 호주(2021년 진출) 등은 이제 시작 단계에 가까워 장기적으로 샨드라 창업자의 꿈은 네이버와의 협업으로 포시마크를 수억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한국 진출 여부에 대해서도 “이제 논의 시작 단계지만 고려하고 있다"며 "가능성 중 하나”라고 대답했다. 연쇄창업자인 그에게 인수 후 또 다른 창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포시마크가 수억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며 "네이버가 인수한 지금도 우리가 생각한 여정의 10~20% 조차도 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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