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을 제작한 래몽래인(200350)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초기 투자자인 P&I인베스트먼트(P&I)가 래몽래인이 진행했던 9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래몽래인의 주가는 장중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래몽래인은 전날보다 3000원(13.70%) 오른 2만 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만 6350원까지 오르면서 20% 넘는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전날 P&I의 투자 조합인 P&I문화창조투자조합과 P&I문화기술투자조합은 래몽래인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은 1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래몽래인이 진행했던 유상증자가 경영권 분쟁의 실마리가 됐다. P&I는 이날 오전 보도 자료를 통해 “최근 래몽래인에서 진행한 유상증자가 필요에 의해서 진행한 것인지에 대한 확인을 위해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래몽래인은 지난달 26일 9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증자 방식 유상증자를 공시한 바 있다. 이때 30%의 우선주에 대해 발행일 1년 뒤부터는 회사 혹은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시켰다.
P&I 측은 “9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유상증자가 필요에 의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으며 발행가에 할인을 적용한 점, 하향 리픽싱(전환가액 조정)만 있는 점, 30%의 전환우선주에 대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 비춰 비지배주주에게 손해를 끼치고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며 “만약 래몽래인 경영진을 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감사 등의 선임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주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래몽래인은 유상증자가 드라마 지적재산권(IP) 확보 목적이며 지분 관련 의도는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래몽래인은 “P&I 측 지분이 유의미한 지분은 아니라 우려하는 대로 경영권 분쟁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P&I의) 청구 취지가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아 관련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분 싸움 구도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본다. P&I 측 우호지분이 5%에 못 미치는 데다 다른 벤처캐피털(VC)의 지분을 모으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메이플투자파트너스·SBI인베스트먼트 등 VC들은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 11월 말 일제히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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