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경제를 견인했던 중국 경제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던 급속한 성장 둔화 및 노동인구 축소 우려가 연초부터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피크차이나(Peak China·중국의 성장이 정점을 찍고 내림세를 타는 현상)’에 대응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해온 기존 우리나라의 성장공식을 폐기하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지난해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9%, 연간으로는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성장률 3.0%는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2.2%)을 제외하면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1.6%)를 기록했던 1976년 이래 가장 낮다. 지난해 3월 중국 정부가 목표치로 제시했던 '5.5% 내외'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저출산 고령화도 심각해 인구는 지난해 14억 11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85만 명 줄어 6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중국 경제 둔화가 우리나라 경제까지 덩달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25%에 달한다. 중국이 올해부터 일명 ‘쌍순환’으로 불리는 내수 소비 중심의 경제체제로 본격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이 절실하다. 경제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도의 경우 전체 인구는 14억 명으로 중국과 비슷하지만 중위연령이 28.4세로 중국보다 10세 이상 낮다”며 “인도가 향후 전 세계 공장의 지위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고, 정부도 이에 대응해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가별 맞춤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베트남 등이 속한 동남아를 3대 주력 시장, 중동 등을 3대 전략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중국이 느닷없는 경제 제재 등 몽니를 부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국익을 챙기려면 첨단산업 기술력에서 앞서나가야 한다”며 “그래야 중국도 (전략적 필요성 때문에)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중 관계의 새 판을 짤 수 있도록 한중 서비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는 등 한중 관계도 리세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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