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약탈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은행권의 비용 절감 및 영업 방식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상반기 중 내놓을 은행 산업의 과점 체제 해소 방안에 파격적인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은행들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지점 수를 많이 줄이고 그 과정에서 금융 취약층의 접근성이 떨어졌다”며 “고용 창출을 줄이는 식으로 비용 절감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대동소이하거나 거의 차이가 없는 상품, 또 그 상품의 가격이라 할 수 있는 금리나 금융 조건에서도 별 차이가 없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비용 절감 및 영업 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과 금융위원회가 23일 처음 개최하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는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인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 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 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 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 6개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논의해 올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당국은 성과 보수 체계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점검 대상을 전 금융회사로 확대해 성과급 등 보수 체계를 대폭 손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최근 역대급 실적을 내 ‘돈 잔치’ 논란에 휩싸인 시중은행에 이어 증권사·보험사·카드사로까지 점검 대상을 넓혔다. 당장 금감원은 최근 일부 보험사에 대한 성과 보수 체계 점검에 착수했다. 생·손보사들은 지난해 총 9조여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토대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임직원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도 정작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대출금리를 높여 고객의 어려움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보험사들은 대출 심사가 필요 없고 중도 상환 수수료나 연체 이자가 없는 ‘약관대출’을 줄이고 있는 데다 보험사의 무증빙형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기준 최고 13%를 넘어섰다. 특히 서민의 급전 창구인 카드사마저 고금리 신용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뒤 성과급 잔치를 벌이자 당국은 일부 카드사의 성과 보수 체계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금감원은 평균 금리가 10% 중후반대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리볼빙 등 각종 대출금리를 카드사들이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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