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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롯데제과 56년만에 '제과' 뗀다…새 사명 '롯데웰푸드'

작년 합병 뒤 제과 비중 50% 아래로

대체 단백질·비건 식품 투자는 강화

사업영역 넓히며 새사명 필요성 커져

그룹 모태 상징성에 막판까지 고심

공장 통폐합·조직재편 수익 극대화

인도·중·러 등 글로벌 확장도 고삐

매일유업·CJ제일제당 등도 '고민'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280360)가 ‘롯데웰푸드’로 사명을 바꾼다. 롯데제과가 간판에서 ‘제과’를 떼는 것은 1967년 설립 이후 약 56년 만이다. 지난해 롯데푸드와 합병한 만큼 기존 사명이 가정간편식(HMR)과 대체단백질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매출 4조 원을 돌파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롯데제과는 새 사명을 앞세워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상전 신격호 기념관'.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다. /연합뉴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새 사명을 롯데웰푸드로 확정할 예정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미 검토를 마쳤고 이사회 승인 절차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롯데푸드와 합병한 뒤 사명 변경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그동안 빼빼로·월드콘 등 과자와 아이스크림 사업을 주로 해왔는데 롯데푸드의 간편식과 육가공 식품 등 사업이 사명인 '제과'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해외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간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롯데제과의 연 매출에서 해외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0% 아래에서 2021년 30%까지 확대됐다. 내수 비중이 높은 롯데푸드와 합병한 2022년에도 20%를 웃돌았다. 2017년 인도 현지 빙과 1위 업체 '하브모어'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힘을 쏟은 데 따른 성과다.

올해는 회사 설립 이후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이창엽 대표를 중심으로 롯데제과의 해외 영업망을 활용해 푸드 부문의 수출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식용 곤충을 활용한 대체단백질 개발을 지속하고 비건 간편식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새 사명과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이라며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HMR·대체육 파는데, 간판은 56년전 그대로?…사명 교체 속도


식품 업계에서는 롯데제과뿐만 아니라 매일유업(267980)CJ제일제당(097950) 등도 사명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사업 영역이 건과와 빙과·유제품·설탕 등에서 바이오·대체식품·메디푸드 등으로 넓어지면서 오래된 기업명이 현재의 기업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 보폭이 넓어지면서 사명 변경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가 사명 변경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것은 지난해 10월 롯데푸드와의 합병이 성사되면서다. 간편식과 육가공·콩기름 등을 주로 파는 롯데푸드와의 합병으로 롯데제과의 연매출에서 껌·캔디·비스킷·아이스크림 등 제과·빙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롯데제과가 대체단백질 개발에 뛰어들고 기업간거래(B2B) 식자재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사명 변경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롯데제과 설립 초기 영업용 트럭. 사진 제공=롯데그룹


내부 반발도 있었다. 롯데제과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1967년 세운 롯데그룹의 모태다. 신 명예회장은 당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껌을 국내에 들여와 ‘롯데껌’을 선보였고 이를 밑거름으로 삼아 지금의 롯데그룹을 만들었다. 롯데제과는 국내 제과 산업 1~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물론 국내 산업계에서 롯데제과가 가지는 위상과 상징성 때문에 롯데 임원진은 막판까지 사명 변경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F&C(Food&Culture)’와 롯데웰푸드를 후보군에 두고 논의를 이어오다 ‘건강(Well)’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롯데웰푸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F&C는 과거 롯데삼강이 롯데푸드로 사명을 변경할 때에도 후보 리스트에 올랐던 이름이다. 롯데제과는 현재 ‘웰푸드’의 상표와 도메인 등록을 마친 상태로 이사회를 거쳐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 사명 변경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새 DNA 심자" 조직 개편·글로벌 확대도


사명 변경과 함께 조직 개편에도 속도를 낸다. 먼저 롯데제과는 2026년까지 제빵 공장 1곳, 육가공 공장 1곳, 건과 공장 1곳 등 총 3개 공장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공장 통폐합을 통해 생산 라인을 재배치하고 효율화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중복 사업인 빙과 부문은 영업 조직을 재편하고 물류센터도 통폐합해 기존 14개에서 8개로 축소할 계획이다. 사업 영역도 기존 제과와 육가공·간편식에서 대체식품으로 넓힌다. 이를 위해 롯데제과는 지난해 식용 곤충 제조 기업인 캐나다 아스파이어푸드그룹에 1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식용 곤충은 대두(콩)와 함께 미래 대체단백질로 주목받고 있는 영역이다. 아울러 신세계푸드·농심·풀무원 등 타 업체와 마찬가지로 비건 브랜드인 ‘비스트로’의 론칭도 계획 중이다.

롯데제과 인도 하브모어 신공장 조감도. 사진 제공=롯데제과


글로벌 사업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해외 사업 전문가인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을 대표로 선임한 후 굵직한 해외투자 계획을 발표해왔다. 향후 5년간 약 700억 원을 투자해 해외 사업 규모가 가장 큰 인도에 빙과 공장을 짓는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제과는 2004년 인도에 진출한 뒤 2017년 현지 빙과 1위 업체 하브모어를 인수하며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전체 해외 매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이상이다. 지난해 하브모어의 매출은 약 1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롯데제과가 중국과 인도·러시아 등에서 확보해놓은 영업망을 통해 롯데푸드 제품을 수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 20%대인 해외 매출 비중을 향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사업 다각화에 '꼬리표' 떼기 고민


사업 다각화에 따라 사명에서 특정 분야의 뜻을 담은 ‘꼬리표’ 떼기를 고민하는 기업은 롯데제과뿐만이 아니다. 특히 저출산에 한 가지 분야의 사업에만 집중할 수 없는 우유·제과 업체일수록 사명 변경에 대한 수요가 크다. 매일유업은 현재 사명에서 ‘유업’을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품군의 중심이 과거 우유와 분유에서 최근 단백질 음료나 디저트 등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자회사를 통해 폴바셋과 크리스탈제이드 등 외식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체유 브랜드 ‘어메이징오트’를 론칭한 바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도 간편식 사업을 확장하며 사명을 변경한 대표적인 사례다. 1953년 제일제당공업사로 출발한 CJ제일제당도 사명에서 ‘제당’을 빼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국내 3대 설탕 회사이지만 연매출에서 제당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CJ제일제당은 현재로서는 법인명 변경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대신 해외에서 사업 성격별로 ‘CJ푸드’ ‘CJ바이오’ 등의 이름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법인명을 변경할 경우 로고 디자인부터 상품 패키지까지 수 십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돼 불경기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업 확장에 따른 법인명 변경에 대한 고민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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