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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금융·통신 독과점"…더 강경해진 공정시장정책

[국무회의서 대책 마련 주문]

"시장경제 핵심은 공정한 경쟁"

지나친 지대추구 방지 등 지시

대통령실, 공정위 개입 시사하고

금융위원장도 강경한 조치 예고

업계는 "과도한 시장개입" 우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금융권과 통신 업계를 겨냥해 “금융과 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익이 늘어난 금융권이 소위 ‘성과급 잔치’를 벌이자 “은행은 공공재”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정거래법에 해당하는 ‘독과점’ 개념까지 꺼내며 강경한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업계는 정부의 압박에 숨죽이면서도 “이익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 부분까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반시장적 정책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금융과 통신 분야의 ‘독과점 문제’를 언급하며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지나친 지대추구를 막고 시장 효율성과 국민의 후생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 추진해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전해지자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윤 대통령은 15일 은행과 통신업에 대해 ‘과점 형태’라고 지적했는데 이날은 한발 더 나아가 ‘독과점’이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다. 독과점은 소위 공정거래법으로 불리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사안이다. 공정거래법은 제2장에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 금지를 명시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적 시장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한 곳의 점유율이 50% 이상, 셋 이하의 사업자 점유율을 7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에 따라 공정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하면 매출액의 6%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대통령실 역시 공정위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과 통신은 과점이고 독점 분야도 있다”며 “민생과 관련된 부분에서 독과점 측면이 있는 만큼 공정위가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강경한 조치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과점’의 정의와는 별개로 (은행에) 과점적 행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며 “(과점적 행태 해소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부터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독과점 발언과 관련해 ‘국내 은행 산업을 독과점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는 지적을 의식해 ‘과점적 행태’라고 이전과는 표현을 달리했다. 과점인지 독점인지 등 정의 논쟁에 휘말리기보다는 일부 대형 은행의 시장 영향력이 너무 커 발생하는 폐해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의 명분을 찾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통신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 관계자는 3사가 지배하고 있는 통신 시장에 대해 “전체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 아니라도 개별 사업만 떼어보면 50%가 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독과점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업계 때리기에 나선 것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집권 이후 저조했던 국민들의 국정 지지율이 윤 대통령의 민생 관련 발언 및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급격히 인상된 시중금리로 국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고 인플레이션으로 생활 물가 부담도 동반 상승돼 국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점은 윤 대통령으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정부는 이자 장사를 해온 은행 등 금융사들과 통신비 과잉 논란을 사온 이동통신사 등을 콕 짚어 비판함으로써 국정 지지율 상승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지속과 수출 적자, 기업 심리 위축을 반영해 경기 둔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기업들도 민생 위기에 동참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여당의 상황도 반영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수록 소위 ‘윤심(尹心)’을 자처하는 후보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금리는 대출금리 산정 체계에 맞춰 하고 있는 것”이라며 “금리 산정 체계 등 제도 개선은 개별 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G 중간요금제 출시와 알뜰폰 성장 지원 등 자발적 노력이 인정받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거친 시장 개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요금 규제 관련 리스크는 해결점을 찾기 전까지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분기 제4통신 선정까지 진행되면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돌아서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금융 당국이 시그널을 던지는 것보다 시장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게 정공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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