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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고비 넘자 이번엔 ‘그들만의 리그’ 논란…KT 대표 선정 ‘점입가경’

최종 후보 전현직 KT 인사로만 구성되자 논란 대두

발표 직후 여당 의원들 ‘그들만의 리그’라며 날 세워

대통령실 "지배구조 중요 도덕적해이 국민 피해로"

이번 기회에 소유분산기업 거버넌스 수술 필요성 ↑

주인 없다면 이사회 독립성 필요…연속성 보장돼야

구현모 KT 대표




KT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한 과정이 점입가경이다. 최종 후보 리스트가 발표되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잦아들자 이번에는 또 다른 고비가 나타났다. KT 이사회가 회사 출신 인사들로만 최종 후보 명단을 구성해 회사 경영을 독점하려 한다는 논리다.

대표 인사철만 되면 반복되는 풍경을 끊기 위해서는 이제는 소유분산기업의 거버넌스 구조를 손봐야 할 때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주주 이익을 대변할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KT와 같은 기업들이 더 이상 ‘국민기업’이 아닌 만큼 지분 제한과 같은 규제를 풀어 경영 연속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된다.

KT 차기 대표 최종 후보 4인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권 정치인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물론 내부인사가 (회사 사정은) 가장 잘 안다지만 혁신을 하려면 외부인사도 고려해야 된다”며 “자체 카르텔만으로 하는 것은 개혁이나 혁신에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냈다. 후보 선정 과정의 절차 문제도 제기됐다. 같은 당 김영식 의원은 “내부든 외부든 (KT를) 혁신할 수 있는 인사가 돼야 하는데 자기들만의 채용 기준을 마련한 거 아닌가 의구심 든다”고 말했다. 조 의원도 “후보 심사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하면 내부인사가 유리하다고 듣고 있다”고 보탰다.



대통령실 발언도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 특히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며 “그것(공정·투명한 거버넌스)이 안 되면 조직 내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에둘러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러한 논란은 앞서 KT 차기 대표 후보 선정 과정을 뒤흔들었던 낙하산 인사 우려가 채 다 가라앉기도 전에 고개를 들며 선정 국면을 또다시 뒤흔들고 있다. 앞서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 레이스에서 이탈하며 정치권 외압 논란이 대두했다. 구 대표 낙마 직후부터 KT와 업계 안팎에서 여권과 인연이 깊은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며 이른바 차기 ‘경영인 리스크’가 KT를 뒤흔들었다.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차관 등이 거론됐는데 일각에서는 이들이 연령대가 높고 관련 업계 경험이 적어 KT가 추진하는 ‘디지코(DIGICO)’ 전략을 이끌기에 부적합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시장에도 반영돼 KT 주가는 21개월여 만에 3만원선 아래로 낙하하기도 했다.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들이 대표 선임·연임 때만 되면 몸살을 앓는 풍경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소유분산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소유권이 나뉜 주인이 없는 기업일수록 주주 의사를 대변하고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KT나 은행 같은 주인 없는 기업들은 현재 주주의견이나 권리가 어떻게 반영되고 실현될지 에 대한 고민이 (이사회 구성에) 전혀 정의되고 있지 않다”며 “가령 지금은 경영진들의 입김이 외부 이사를 결정하는 데 많이 반영되는데 앞으로는 대표 주주들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를 만드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원칙적으로는 이사회가 제기능을 해야 이런 병폐가 완화되는데 그러지 못하니 여기저기서 외압이 들어오는 것”며 “경영진 영향을 받지 않게 이사후보추천위를 독립적으로 구성하고 경영진 보수도 통제하는 등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분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해 장기적으로는 소유분산기업에서 탈피하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KT와 같은 기업을 소유분산기업으로 만든 것은 과거 반재벌 정서에 따른 것이었고 이런 구조는 경영권의 안정을 줄 수 없다”며 “KT나 포스코가 이런 구조 하에서 20~30년 전의 경쟁력을 많이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민영화된 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자본시장에 맡겨 두고 지분 소유에 대한 규제 같은 걸 철폐해야 할 때다”며 “규제가 없어지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고 전문성 있는 경영진의 연속성 있는 경영이 가능해져 기업 경쟁력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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