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양극재·셀 기술 독보적 1위…취약한 광물·소재는 아킬레스건

[미국發 2차 테크빅뱅]

<1>배터리 삼국지 <하>'K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시급

■양극재 광양공장 가보니

축구장 23개 크기 세계최대 규모

연산 9만톤 전기차 100만대 분량

GM 등 글로벌 완성차 구애 쇄도

소재·원료·광물 中 의존도 높아

각개격파 한계…뭉쳐서 극복해야

전남 광양만 율촌산업단지에 위치한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 공장의 전경. 총 4단계에 걸쳐 준공된 광양공장은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이다. 사진 제공=포스코케미칼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위치한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광양공장 안에 들어서자 약 50m 길이의 소성로 9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배터리의 심장’인 양극재가 탄생하는 곳이다. 소성로는 양극재 원료(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와 리튬 가루가 섞여 있는 전구체를 도가니에 담아 900도 이상의 고열로 익히는 ‘소성’ 공정을 담당한다. 도자기를 굽는 화로를 떠올리면 된다. 도자기가 화로에 구워져 고유의 빛깔을 내듯 양극재도 소성 공정을 거치면서 배터리에 필요한 전기적·화학적 특성을 갖는다. 3단 4열로 쌓아 올린 도가니 한 세트(12개)가 약 약 50m 길이의 소성로 1기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1시간이다. 광양공장 관계자는 “소성로 1기가 수용할 수 있는 도가니는 총 2000여 개”라며 “얼마나 빠른 속도로 균일하게 구워 내느냐가 양극재의 생산량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광양공장은 생산량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현재 도가니 배열을 7단 4열로 늘리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양극재 광양공장의 소성로에서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포스코케미칼


광양공장은 니켈 비중을 80% 이상 극대화한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7월 포스코케미칼이 제너럴모터스(GM)와 체결한 13조 7696억 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공급한다. GM은 LG엔솔이 제조하는 배터리 셀의 단골 고객으로 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양극재에도 관심이 높다. GM과 포스코케미칼은 ‘얼티엄캠’이라는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 현재 캐나다에 양극재 공장도 짓고 있다. 미국 1위 완성차 업체가 ‘K배터리’의 제조 기술에 흠뻑 취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보유한 포스코케미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공조해 배터리 광물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되면서 양극재 제조에 필수인 중간재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미국과 EU는 배터리 핵심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구매자 클럽이라는 동맹체를 결성했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칠레 등 풍부한 광물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남미 국가들이 협력체를 꾸려 자원 무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광물 확보에 비상인 걸린 곳은 K배터리사들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셀 제조 능력은 세계 1위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내세울 만한 게 없다. 포스코그룹을 제외하면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LG엔솔·SK온·삼성SDI) 모두 그룹 내 광물이나 소재를 담당할 수 있는 기업이 전무하다. 국내 업계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경우 지난해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에 육박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의 65%, 니켈 19%, 코발트 70%, 망간 90%가 중국에서 제련된다.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전구체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생산의 전(全)단계에 국내 기업들 간 수직·수평 계열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들이 광물 채굴 및 제련에서부터 소재·셀을 아우르는 ‘K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셀 회사들은 핵심 광물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양극재 등 소재 기업은 전구체 내재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능성은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광물 확보에 지속적인 노력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무에르토 염호광권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상용화 공장을 착공했다. 내년 상반기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2만 5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확보할 수 있다. 연내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4만 3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제련 공장도 짓는다.

배터리 셀 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광산 관련 기업들과 조인트벤처(JV)를 시도하거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한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엔솔은 호주 광산 업체 라이온타운과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리튬 정광 70만 톤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캐나다 시그마리튬으로부터는 연간 10만 톤의 리튬을 공급받는다. SK온도 호주 레이크리소스(염호 4개 , 광산 1개 보유)에 지분 10%를 투자하며 내년 4분기부터 23만 톤의 리튬을 장기 공급 받는 계약을 맺었다. 레이크리소스의 아르헨티나 리튬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정제한 후 북미 사업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과의 합작 공장을 통해 에코프로의 수직계열화 라인업을 활용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