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이후 금융시장에 퍼진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14일 아시아 증시를 집어삼켰다. ‘블랙먼데이’를 전날 피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SVB 파산의 그림자가 다른 은행에도 드리워질 수 있다는 불안이 미국 은행주는 물론 전 세계에 확산됐다. 추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긴축 기조 강화에 대한 경계심도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증시 마감 후 이날 밤 공개된 미국의 지난달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전월 대비 0.4% 상승해 시장의 예상치와 부합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2.19% 급락한 2만 7222.04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토픽스지수도 1947.54로 2.67% 하락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27% 떨어진 1만9247.96으로 거래를 마쳤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3245.31로 전날보다 0.72% 하락했다.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61.63포인트(2.56%) 내린 2348.97에 장을 마쳐 24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은 30.84포인트(3.91%)나 밀리며 758.05로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올 들어 단일 기준 최대 낙폭이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한 ‘빚투족’들의 반대매매 부담이 증시를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88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선물 시장에서는 1만 8205계약(1조 4115억 원)을 팔아치웠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9.30원 오른 1311.10원으로 마감하며 외국인의 증시 매도세에 기름을 부었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미국의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0.054%포인트 내린 연 3.381%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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