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년 간 300조 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팹)을 건설한다.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해 업계의 굳건한 선두인 대만 TSMC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15일 국가첨단산업·국가첨단산업벨트 육성전략 발표 후 “정부의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20년 간 3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해 온 ‘초격차’ 경영 전략에 따른 과감한 결단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 계획 발표를 통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넘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 평택과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미국 테일러에 새로운 공장도 짓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용인 파운드리 추가 건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대폭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중 TSMC 외에 5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양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지난해 6월에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구조를 적용한 3나노미터 양산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월등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생산 능력 부족 등 물리적인 한계로 TSMC를 추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기술 우위를 갖추고도 충분한 생산을 하지 못해 시장 점유율을 따라잡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용인 파운드리 건설이 완료되면 삼성전자의 생산 능력이 대폭 상승하면서 TSMC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삼성전자의 국내 생산 거점도 완성에 다다를 전망이다. 신규 용인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기흥·화성, 평택에 이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삼각 편대’가 이뤄진다. 굳건한 선두인 메모리의 초격차는 확대하고 파운드리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일류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로 인한 국내 경제 파급 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용인 클러스터에 대한 300조 원 투자로 직·간접 생산유발 700조 원, 고용유발 160만 명 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새롭게 만들어질 신규 단지를 기존 거점들과 통합 운영해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며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글로벌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국가첨단산업·국가첨단산업벨트 육성전략 발표를 통해 용인에 710만㎡(215만 평) 규모의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42년까지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우수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용인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기흥?화성?평택?이천 등 반도체 생산단지와 인근의 소부장기업, 그리고 팹리스 밸리인 판교 등을 연계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재계에서는 “향후 한국이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 기존 산업은 물론 인공지능(AI)?메타버스?챗GPT 등 다양한 미래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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