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전국 15개의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새로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원전 등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총면적은 4076만㎡로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1960만㎡)의 2배를 웃도는 대규모입니다. 역대 정부에서 지정한 산업단지 중 최대 규모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산업단지는 1962년에 조성된 울산공업기지(현 울산산업단지)입니다. 이후 여천(현 여수·1967년), 구미(1969년), 반월(1978년) 등에도 산업단지가 건설되면서 정부 지정 산업단지는 지난해 말 기준 47곳(2개 시도 중복 포함)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들 산업단지는 지난 한 해 고용 인원만 107만 5022명에 달하며 689조 9132억 원의 제조업 생산을 책임졌습니다. 특히 2년 연속 수출액을 대폭 끌어올려 국가산업단지 총수출액은 20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산업단지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입지 규제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노후화된 인프라로 생산효율이 떨어진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기존 47곳의 약 32%에 해당하는 15곳을 새롭게 국가첨단산업벨트로 선정하는 승부수를 던진 이유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5일 “전 국토에 균형된 첨단산업 거점 확보를 위해 역대 정부보다 많은 총 15개의 산업단지 조성을 결정했다”며 “신규 국가산업단지는 규제는 빼고 지원은 더하겠다. 그린벨트, 농지 등 입지 규제를 역대 최대 규모로 해제하고 범정부적인 지원책을 총망라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15곳 중 경기 용인(710만㎡)에 들어설 반도체 클러스터를 제외한 14곳이 지방입니다. 지방 산업단지 후보지의 면적을 모두 더하면 3300만㎡를 넘습니다.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그간 세워진 국가산업단지가 중앙정부 주도 하에 선정됐다면 이번에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내 기업의 제안을 토대로 이뤄진 점도 특징입니다. 정부는 지역 제안을 수렴해 국가 차원의 산업 수요와 국토 균형 발전 등을 따져 후보지를 최종 선정했습니다. 문성요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반도체는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예외적으로 (수도권에) 지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충청권에선 대전 유성구(나노·반도체)와 충북 청주 오송(철도), 충남 천안 성환읍(미래 모빌리티), 홍성 홍북읍(수소·미래차·2차전지)이 후보지로 선정됐습니다. 호남권에서는 광주 광산구(미래차 핵심 부품)와 전북 익산 왕궁면(식품), 완주 봉동읍(수소저장·활용 제조업), 전남 고흥 봉래면(우주 발사체)이 첨단산업기지로 조성됩니다. 영남권에선 대구 달성군(미래자동차·로봇), 경북 안동 풍산읍(바이오의약), 울진 죽변면(원전 활용·수소), 경주 문무대왕면(소형모듈원전) 경남 창원 북면(방산·원자력)이 후보지입니다. 강원 강릉 구정면에선 천연물 바이오산업이 중점 산업으로 육성됩니다. 특히 원 장관은 “15개 산업단지 모두 주력 기업이 될 앵커기업은 거의 확약 수준의 투자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자신했습니다.
각 지자체는 일제히 환영을 표하면서 향후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최종 지정되기 위해서는 후보지를 대상으로 한 산업단지 건설계획 승인과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등 험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일 경기 용인시장은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첨단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대한민국의 반도체 초격차를 지속하기 위한 매우 현명한 판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신규 국가산단을 글로벌 미래모빌리티 산업 거점으로 만들어 대구 미래 50년을 번영과 영광으로 견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글로벌 혁신 원자력 생태계를 구축해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도하고 지방시대를 주도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조만간 지자체, 민간 전문가, 기업이 참여하는 ‘국가첨단산업벨트 범정부 추진지원단’을 꾸려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절차를 줄여 나가 이르면 2026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원 장관은 “무엇보다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범정부 추진지원단을 가동해 빠른 곳은 임기 중인 2026년 말에 착공할 수 있도록 전속력을 내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단일 단지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경기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가로막는 수도권 공장 총량 규제 문제 등도 특별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풀 수 있으리라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경기 용인에 300조 원을 투입해 첨단 반도체 공장 5개를 새로 짓기로 했습니다. 최대 150개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팹리스(설계) 기업도 유치해 반도체 전 분야가 수도권 남부를 중심으로 집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새롭게 만들어질 신규 단지를 기존 거점들과 통합 운영해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