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A 씨는 지난 1년간 취업에 실패했다. 그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도 떨어지는 기분”이라며 “이제는 이력서를 내기조차 두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실상 구직 의욕을 상실하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만 15~29세)이 5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구직난을 겪으면서 무기력증에 빠진 젊은 세대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월 비경제활동인구(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인구) 가운데 활동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은 49만 7000명으로 1년 전보다 9.9% 늘었다. 이는 2003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취업 중이 아니면서 구직 활동에 적극적인 실업 상태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활동 상태별로 육아·가사·재학·심신장애·기타 등으로 분류되는데 ‘쉬었음’은 이 중 기타에 해당한다. 취업준비·진학준비·군 입대 대기 등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말 그대로 그냥 쉬었다는 뜻이다.
만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 중 ‘쉬었다’고 답한 숫자는 2020년 2월 43만 명을 넘어선 뒤 2021년 44만 명과 지난해 45만 명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쉬었다’는 응답의 이유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몸이 좋지 않아서’가 39.4%로 가장 많았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가 18.1%로 뒤를 이었다.
다만 청년만이 아니라 전연령 조사여서 청년층만 떼어 놓고 보면 ‘몸이 좋지 않아서’의 비율은 이보다 낮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비율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는 385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만 5000명 감소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수치다. 청년층 고용률도 45.5%로 1년 사이 0.4%포인트 떨어져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가 나쁜 데다 공공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도 줄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직업훈련 기간 생계 유지가 가능할 정도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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